주 7일 근무하며 초고속 승진을 했던 의류업체 직원이 1년4개월에 걸쳐 회삿돈 수억원을 훔친 사건이 발생했다.
20일 JTBC '사건반장'은 서울에서 옷가게 여러 개를 운영 중인 의류업체 대표 A씨의 사연을 전했다. A씨는 약 2023년 초 30대 여성 B씨를 옷가게 직원으로 채용했다. B씨는 주 6일 근무하면서도 매장이 바빠지면 기꺼이 쉬는 날까지 출근할 만큼 성실했다. 계산도 정확했고 다른 직원과 사이도 좋아 A씨는 B씨를 전적으로 신뢰했다고 한다.
A씨는 그해 말 B씨에게 지점 하나를 통째로 맡겨보기로 했다. B씨를 지점장으로 승진시킨 것이다. B씨가 맡은 지점은 현금 결제가 주로 이뤄지고 하루 매출액이 최소 700만원에서 1300만원까지 나오는 곳이었다. 그런데 B씨가 점장이 되자 이상하리만치 매출액이 급감했다. 일부 고객은 서비스에 불만을 제기했고, 직원들이 단체로 그만두기도 했다.
이상함을 느낀 A씨는 지난달 중순 매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들여다보게 됐고, CCTV엔 B씨가 돈통에서 현금을 몰래 꺼내 챙기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B씨는 반품 처리를 하는 방식 등으로 결제 내역을 삭제해 횡령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당초 "돈을 훔치지 않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A씨가 "CCTV를 봤다"고 하자, B씨는 그제야 양말에 숨겨놓은 현금 15만원을 꺼내놓으며 "매달 4000만~5000만원을 훔쳐 썼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1년5개월 전부터 돈통에 손을 댔고, 훔친 돈이 정확히 얼만지 모르겠지만 10억원이 넘는다고 털어놨다.
B씨는 훔친 돈을 모두 탕진했는데 특히 호스트바에서 쓴 돈이 가장 많았다. 그는 A씨의 추궁에 "작년 9월부터 호스트바에 갔고 주 2~3회씩 놀았다. 한번 가면 300만~600만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밖에도 명품 쇼핑을 하며 카드값으로 한달에 1000만원 넘게 썼다고도 했다.
점장으로서 근태도 불량했다고 한다. B씨는 마감 1시간 30분 전 매장에서 손님들을 내쫓았으며, 재고 정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멀쩡한 새 옷 수천장을 폐기 처분했다.
B씨는 A씨에게 "피해 금액을 모두 변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 A씨와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아울러 횡령액 중 자신의 통장에 입금한 2억5000만원만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피해액을 계산해보니 (현금만) 최소 6억원이고, 버린 옷까지 다 합치면 15억원 정도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며 "(경찰이) 철저한 수사를 해줬으면 좋겠다. (자영업자들이) 직원들을 너무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