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내년도에 728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역대급 확장 재정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가파른 나랏빚 증가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우리나라의 국가 총부채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5% 늘어 사상 최고치인 약 6373조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지난해 1분기 45.2%(약 1119조 원)에서 올해 1분기 47.2%(약 1212조 원)로 높아졌다. 무엇보다 경제성장은 더딘 데 비해 중앙·지방정부가 떠안는 정부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같은 기간 가계 부채는 약 2238조 원에서 약 2300조 원, 기업 부채 규모는 약 2752조 원에서 2861조 원으로 불어났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새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5년간 확장 재정으로 인한 관리재정수지 누적 적자는 약 590조 원에 이르게 된다. 이에 따라 국가 부채 중에서도 중앙정부가 직접 갚아야 할 국가 채무는 올해 약 1302조 원에서 2029년 약 178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올해 49.1%에서 2029년 58.0%로 추계됐다. 미국발 관세 쇼크로 수출에 직격탄을 맞아 경상수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재정수지 악화까지 겹치면 대외 신인도 저하 등 경제 리스크를 키우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나랏빚을 늘리는 확장 재정보다는 근본적 구조 개혁으로 성장 엔진을 재점화시켜야 한다. 나랏빚을 약 400조 원이나 늘리고도 2%대로의 성장률 추락을 막지 못한 문재인 정부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서울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재정·금융정책의 효과에 대해 “경기 조정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잠재성장률 등) 큰 틀은 못 바꾼다”면서 구조 개혁을 추진할 정치적 리더십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경청해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면서 경제를 살릴 묘수를 찾아야 한다. 과감한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나랏빚이 빠르게 폭증하고 있는 지금 이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이 시험대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