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오는 26일 총파업에 나서기로 하면서 은행권 전반에 파장이 예고됐다.
23일 금융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차 대대표 교섭이 결렬되자 총파업을 확정했다. 앞서 지난 1일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는 투표율 97.1%, 찬성률 94.98%를 기록했다. 은행권 총파업은 2022년 9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전면 도입 △임금 5% 인상 △신입사원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한다. 올해 3월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을 제출한 뒤 금융산업사용자협회와 38차례 교섭을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관건은 은행권의 실제 참여율이다. 2022년 총파업 당시엔 산업은행 이전 문제와 공공기관 예산 삭감이 핵심 쟁점이었지만 시중은행 참여율은 9.4%에 그쳤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참여율은 0.8%에 불과했다. 이번엔 주 4.5일제라는 금융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 걸린 만큼 참여율이 더 높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주 4.5일제 요구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는 점은 금융노조의 약점이다. 은행원들의 억대 연봉 현실 속에서 근무일수 단축과 임금 인상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은행 직원 10만 9625명의 연간 급여 총액은 12조 3147억 원으로, 1인당 평균 1억 1233만 원에 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파업 실효성에도 회의적이다. 한 관계자는 “조합원 찬성률은 높지만 실제 참여율은 매우 낮다”며 “일선 은행원들은 총파업 일정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요구 명분도 취약하다는 걸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 4.5일제를 도입하려면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며 “임금 삭감 없는 시행은 사실상 급여 인상 효과를 가져오는데 이 부분이 전혀 조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과거 주 5일제를 금융권이 선도적으로 도입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주 4.5일제 역시 선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02년 7월 금융노조와 시중은행장 합의로 금융권은 국내 최초로 주 5일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은 서비스업인데 영업시간을 줄여 고객 불편을 감수하는 방식이 맞느냐”며 회의적 시각을 내놓는다. 일부에서는 금융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책은행들은 상황이 다르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은 조합원 비율이 높아 참여율이 시중은행보다 클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항상 90% 이상 참여해왔고 이번에도 같은 기조일 것”이라면서도 “3년간 부산 이전 문제로 투쟁하며 자원이 소모돼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이미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가칭)’을 연내 추진하기로 한 점에서 이번 총파업의 의미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 역시 금융노조의 강경 대응을 우려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노동시간 단축은 시대적 과제이자 민주당의 일관된 정책”이라면서 “극단적 대결보다 상호 양보와 타협으로 주 4.5일제를 자율적으로 도입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총파업을 앞둔 2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쟁의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