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최저임금 인상을 검토하면서 “최저시급이 전문직 대졸자 초봉 수준을 따라잡는 역전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중소 로펌과 금융권 초임과의 격차가 거의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기업·청년층 모두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이 이달 말 발표할 새 예산안에 만 21세 이상 근로자 최저임금을 시급 12.70파운드(약 2만3900원)로 약 4%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주 40시간 근무자 연봉은 약 2만5376파운드~2만6416파운드(약 4770만원~4965만원) 수준이 된다.
하지만 현지 학생고용연구소와 법조계 채용정보 사이트 등에 따르면 금융·전문 서비스 업종 대졸자 초봉이 일부 중소 로펌 기준으로 이보다 더 낮거나 비슷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임원들은 “젊은 신입들이 ‘어차피 최저임금 받아도 연봉 차가 없는데 왜 4만5000파운드(약 8400만원)의 학자금 대출까지 떠안고 대학을 다녀야 하느냐’는 회의감이 확산될 것”이라며 사회적 이동 붕괴를 우려했다.
한 법률협회 관계자도 “대졸 신입 변호사가 최저임금과 큰 차이 없는 보수를 받는 상황이 되면 법조계 신규 인재 유입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금융권·전문직 기업들은 이미 신입 급여가 최저시급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장시간 업무 제한, 비급여 복지 제도 재검토 등 대응에 나섰다고 FT는 전했다. 규제당국은 금융·회계 업계 초봉 인상을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임금 격차’가 좁혀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위 직급만 올라가는 왜곡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상장사 대표는 “최저임금이 추가로 인상되면 고용주 부담금 증가와 신입 직원 노동권 강화까지 겹쳐 신입 채용 자체가 ‘고위험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