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권도형(34) 씨가 미국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폴 엥겔마이어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 판사는 11일(현지 시간) 열린 선고 공판에서 “규모 면에서 보기 드문 희대의 사기 사건”이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미국 연방법원 기소 사건 가운데 이 사건보다 피해 규모가 큰 것은 거의 없다”며 형량을 선고하기까지 1시간 넘게 권 씨를 꾸짖었다.
권 씨는 자신이 설립한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자산 ‘테라USD’의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TV 인터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허위 정보를 퍼뜨린 혐의도 받는다. 또 2021년 5월 테라 가치가 기준치인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가 자동으로 회복됐다고 주장한 시세조종 혐의도 있다. 권 씨 사건으로 인한 피해 규모만 400억 달러(약 59조 원)에에 달한다. 수사기관은 그가 테라폼랩스와 계약한 투자회사를 시켜 테라를 몰래 사들이도록 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부양했다고 봤다.
뉴욕 경찰은 2023년 3월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권 씨의 신병을 지난해 말 넘겨받았다. 권 씨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하다가 8월부터 돌연 입장을 바꿔 사기 공모,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 등 2개에 대한 유죄만 인정했다. 뉴욕 검찰은 권 씨와의 ‘플리 바게닝(유죄 인정 조건으로 형량 경감·조정)’ 합의에 따라 12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선고 형량을 이보다 높게 잡았다.
권 씨는 미국에서 선고 형량의 절반을 복역한 뒤 한국으로 송환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수감자 이송이 승인될 경우 권 씨는 남은 형기를 한국에서 보낼 수 있다. 권 씨는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라 귀국하는 대로 한국 법정에도 설 것으로 전망된다. 권 씨는 이날 법정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들의 모든 이야기는 참혹했고 내가 초래한 큰 손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며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