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통일교 與 로비 의혹, ‘수사 대상 NO’ 특검…사그라지지 않는 늦장 논란[안현덕의 LawStory]

특검, 與·野 로비 의혹 정치인 5명…첫 언급

‘수사 대상아니다’ 판단…실무 원칙따라 이첩

형소법, 공무원 직무에서 범죄발견때는 고발

법조계 일각, 수사 의뢰 등 조치 늦어져 지적

판례 달라, 직무유기 처벌가능성은 의견분분

윤영호 전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이 지난 7월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영호 전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이 지난 7월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오는 28일 수사 종료를 앞두고 때 아닌 늦장 대응·편파 수사 논란에 빠졌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조사 당시 통일교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측 정치인도 지원했다는 사실을 밝혔으나 실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난 5일 법정에서 진술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즉각적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노수 특별검사보는 지난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서 언급된 대상은 여야 정치인 5명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5명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 진술에서 언급된 정치인 수를 공식 확인한 건 처음이다. 특검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정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수사보고서에만 남겨줬다가 지난 달 초 내사(입건 전 조사) 사건번호를 부여하면서 금품을 주고받은 이들에게 뇌물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윤 전 본부장 진술 언급 대상 여야 정치인 5명”
지난달 초 내사(입건 전 조사) 사건번호 부여




특검팀은 “어떠한 정치적 고려 없이 단지 해당 진술 사안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때문에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의혹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수사팀 내 어떠한 이견도 없었다”며 특정 정당을 위한 편파수사라는 취지의 보도나 주장이 잇따르는 데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해당 의혹을 수사하지 않은 게 특정 정당을 위한 편파·늦장 수사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윤 전 본부장의 최초 진술이 나온 지 4개월 만인 지난 9일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 이첩한 데 대해서도 실무상 원칙을 고수하려 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통상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거나 추가 절차가 필요하면 관련 수사가 종료되는 시점에 적법한 수사 기관에 일괄적으로 이첩하는 게 실무상 원칙이고, 이에 따라 통일교 관련 수사가 마무리된 지난 달 초 이첩 목적으로 내사 기록을 만들고 사건번호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또 예기치 않게 언론에 공개되면서 내사 사건의 기밀성이 상실됐고, 이에 따른 증거인멸 우려로 더는 이첩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 제234조(고발)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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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일각에서는 해당 의혹을 곧바로 송치하지 않은 게 형사소송법의 원칙을 어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에서 ‘공무원이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특검팀이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교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검의 직무는 특검법에 명시된 사건에 대한 수사”라며 “이들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이 발견됐을 경우, 수사 범위 밖이라고 판단을 했다면 즉시 외부 사정 기관에 고발, 혐의 사실 통보, 수사 의뢰 등 조치에 나섰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이 ‘조사→내사 사건번호 부여→경찰 이첩’의 과정을 거치기는 했으나, 다소 뒤늦은 조치였다는 얘기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다는 데 내사 수사번호를 부여했다는 것도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공소시효와 관련해서도 고발이 되지 않고, 이첩도 그만큼 늦어진 만큼 경찰의 수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의혹과 관련된 혐의는 뇌물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뇌물의 경우 공소시효가 15년이지만, 정치자금법은 7년이다.

형법 제122조(직무유기)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국민의힘 곽규택(왼쪽부터), 조배숙 의원, 김기윤 법률자문위 부위원장이 11일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민중기 특별검사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및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을 각각 직무유기, 정치자금법 위반·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곽규택(왼쪽부터), 조배숙 의원, 김기윤 법률자문위 부위원장이 11일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민중기 특별검사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및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을 각각 직무유기, 정치자금법 위반·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를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형사소송법 234조를 어긴 데 대해 직무유기로 처벌한 법원의 판단이 다소 엇갈렸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 민중기 특검팀과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사법정의수호 및 독재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곽규택 법률자문위원장 등은 11일 서울경찰청에 민중기 특검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실제 최근 법원은 형사소송법 234조를 종합해 한 공무원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범죄행위에 대한 감시나 고발 의무가 피고인의 직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반면 지난 1990년대에는 대법원이 범행을 인지하고도 고발 조치하지 않은 공무원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피고인의 직무 내용이 범죄의 발견과 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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