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사모펀드(PEF) 규제를 위해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PEF 규제를 공모펀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반대로 해외에서는 대형 PEF들이 저변을 넓히기 위해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패밀리오피스와 일부 개인 자금을 유치해 기업에 투자한다. 한국은 반대로 2021년 고액 자산가나 일반 법인의 PEF 출자가 사실상 막혔고 이번에 PEF의 투자와 이후 경영까지 제약하려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14일 “해외 초대형 펀드들은 개인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까지 유치해가며 덩치를 키우고 있는데 한국은 오히려 규제를 키워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마녀사냥’식 규제가 적용될 경우 PEF의 핵심 기능인 기업 구조조정 능력과 투자금 적시 회수 기능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금융위원회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PEF의 핵심 경영 판단 사항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모험자본 공급, 기업 구조조정 등 순기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PEF의 정보 공개를 강화하면서 EQT그룹과 CVC캐피털을 우수 사례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들의 공개 수준은 이번 개정안 내용과 거리가 있다. 상장사인 EQT그룹은 펀드별 규모와 전략·수익률 등을 공개한다. CVC캐피털은 전체 운용사 기준 비용까지 밝힌다. 다만 두 운용사 모두 펀드 출자자 명단이나 개별 투자 자산의 내용 및 부채비율은 알리지 않는다.
차입 매수 역시 해외에서도 우려하지만 그 관리 책임은 철저히 민간에 맡긴다. 유럽과 미국에서 사모대출펀드를 운용하는 베네핏스트리트의 데이비드 맨로 최고경영자(CEO)는 “유럽과 미국 모두 기관 전용 펀드는 대출 규제가 없다”면서 “대신 돈을 빌려주는 쪽에서 대출을 받는 기업이나 PEF와 맺은 계약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역시 국회 정무위에 “피인수 기업(투자 기업)의 차입 규모를 포함하면 자금 조달을 통한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운용역 연봉을 공시하게 한 법안은 기존 상장사 임원 공시 제도와도 충돌한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안은 운용사가 받아가는 보수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실제 운용역들의 연봉이 외부에 공개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냈다. 반면 유럽계 PEF 운용사인 CVC캐피털은 홈페이지에 보수를 공개하지만 여러 펀드를 합산한 전체 금액만 밝히기 때문에 개인이 얼마를 받았는지 알 수 없다. 한 의원은 또 PEF가 직접 투자한 회사에 대해서는 배당 관련 투표권을 2년간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의결권을 일률적으로 배제할 경우 재산권의 침해 또는 주주평등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중소 PEF 관계자는 “2021년 기관 전용 PEF에 개인과 법인 자금 출자를 제한하고 2~3년 뒤 중소형 PEF 투자가 위축됐다”면서 “이번에도 규제 변경에 따른 변화가 당장 드러나지 않겠지만 수년 후 기업 투자 위축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