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화경] 日 미에노의 금리 인상 악몽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연합뉴스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연합뉴스




미에노 야스시 전 일본은행 총재미에노 야스시 전 일본은행 총재



1979년 폴 볼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오일 쇼크 등으로 급등한 물가를 잡기 위해 11.5%였던 기준금리를 단번에 4%포인트나 올렸다. 시중은행 금리는 20%까지 치솟았고 미국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재선을 앞둔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불만을 터뜨리며 압박하자 볼커 의장은 기준금리를 9%대로 다시 낮췄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물가가 급등하며 경제가 요동치자 그는 기준금리를 21.5%까지 끌어올려야 했다. 볼커는 이후 고금리 정책을 고수하며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치유하는 데 성공했다. 외풍에 흔들려 잠시 금리를 내렸던 볼커의 선택은 전 세계 중앙은행 역사에서 가장 큰 실수로 꼽힌다.

관련기사



일본의 역대 중앙은행장 가운데는 1989년 일본은행 총재에 취임한 미에노 야스시의 실수가 회자된다. 일본 부동산 버블이 정점을 향해 달리던 당시 미에노 총재는 자산 가격 거품을 걷어 내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3.75%에서 6%로 올렸다. 미에노 총재의 파격적 금리 인상은 급등한 부동산 가격에 절망하던 일본인에게 환영받았지만 곧 악몽으로 바뀌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일본 경제에 디플레이션을 불러왔고 ‘잃어버린 30년’의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이달 초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일본은행이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본 당국은 급격한 인상보다 신중한 속도의 금리 인상을 진행해 ‘미에노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정책 전환 기조를 강조하고 있어 ‘버블 붕괴 데자뷔’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이미 일본 국채금리가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금리 정책 변화는 한국 금융시장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금융 당국과 정부도 긴밀하게 공조하며 금융시장의 변동성 대응 및 환율 안정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홍병문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