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경계심 커진 증시, 美이벤트도 줄이어…"옥석 가릴때"

미국發 AI 거품론 다시 커지면서

유동성 확대 국면에도 투심 위축

삼전·하이닉스 등 시총 상위주 약세

코스피 6거래일만에 4100선 내줘

美 물가·고용, 마이크론 실적 변수

"실적·현금흐름 좋은 기업 선별을"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3.42포인트(2.72%) 내린 4053.74에, 코스닥은 11.74포인트(1.25%) 내린 925.60에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은 2.3원 오른 1476.0원에 개장했다. 연합뉴스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3.42포인트(2.72%) 내린 4053.74에, 코스닥은 11.74포인트(1.25%) 내린 925.60에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은 2.3원 오른 1476.0원에 개장했다. 연합뉴스




미국발(發) 인공지능(AI) 산업 거품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단기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특히 이번 주에만 미국의 고용·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와 마이크론 실적 발표까지 이벤트가 산적해 있어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증권가에서는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더라도 실적과 현금 흐름에 따라 종목 간 차별화가 심화되는 국면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6.57포인트(1.84%) 내린 4090.59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4100선을 내준 것은 이달 5일 이후 6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주(株)를 중심으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3.76% 하락하며 10만 원 중반대로 밀렸고 SK하이닉스도 2.98% 떨어지는 등 반도체 업종 전반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AI 데이터센터의 원전 수요에 대한 불신이 퍼지면서 두산에너빌리티(3.26%), 현대건설(6.28%) 등도 줄줄이 하락 마감했다.

이 같은 국내 증시 흐름은 미국 증시에서 재점화된 AI 거품 논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내년 1분기 중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단기국채 매입 재개 방침도 공식화하며 유동성 완화 기조를 내비쳤다. 이러한 정책 신호에도 불구하고 AI 산업을 둘러싼 수익성 검증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유동성 확대 효과가 위험자산 전반으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12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에서는 이 같은 경계심리가 주가에 즉각 반영됐다. 브로드컴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주 잔액 감소와 AI 사업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며 주가가 13% 넘게 급락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과 오라클 실적 발표 이후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수익성에 대한 기존 우려가 해소되지 못한 가운데 일부 AI 인프라 기업의 부정적인 뉴스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이 같은 흐름이 국내 반도체주로 그대로 전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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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은 과거 유동성 완화 국면에서도 반복돼왔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및 동결 국면에서 보유 국채 규모가 증가한 경우 국내 증시의 월평균 수익률은 코스피 1.1%, 코스닥 0.9%로 집계됐지만 실제 성과는 종목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올해 역시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이달 12일까지 코스피를 상회한 종목은 42개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향후 증시에서는 ‘지수’보다 ‘개별 기업’을 중심으로 한 ‘옥석 가리기’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산업은 반도체 중심의 기업간거래(B2B) 영역을 넘어 기업·소비자간거래(B2C)로 확장되고 있고 스페이스X 상장 기대를 계기로 우주 관련 산업까지 신성장 산업으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소프트웨어(SW), 산업재, 헬스케어 업종의 기회가 커질 수 있지만 해당 업종 내에서도 △영업이익률 상승 △순이익 증가율 △영업 활동 현금 흐름 증가율 △잉여 현금 흐름 비율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예정된 미국 비농업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 그리고 마이크론 실적 발표가 단기적인 증시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고용과 물가 지표가 같은 주에 발표되는 만큼 예상치와의 괴리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영국·유로존·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도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자산 선호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투자 전문가들은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를 유의미한 매수 진입 구간으로 꼽았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12~1월은 ‘산타 랠리’로 불리지만 2000년 이후 기준으로 보면 12월 초중순 나스닥의 평균 수익률은 –0.2%로 계절성이 뚜렷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가 계절성이 가장 강하게 나타난 시기로 해당 기간 나스닥은 평균 0.8%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정유민 기자·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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