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상장 바이오기업 아델이 프랑스 빅파마 사노피와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 ‘ADEL-Y01’을 최대 1조 53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빅파마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을 사들인 만큼 퇴행성뇌질환(CNS)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다른 국내 기업들의 기술이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아델은 사노피에 ADEL-Y01 관련 전 세계 독점적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계약 총 규모는 최대 10억 4000만 달러(약 1조 5300억 원)이고,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은 8000만 달러(약 1180억 원)다. 아델은 개발 및 상업화 진척에 따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하게 된다. 제품 상용화 이후 순매출액에 연동된 로열티는 최대 두자릿수(%)로 책정됐다.
특히 이번 계약은 총 계약 규모 대비 선급금 비중이 7.7%로 올해 체결된 기술이전 계약들 중 가장 높다. 그만큼 사노피가 아델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올해 국내 바이오 기업이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들 중 선급금이 공개된 계약들의 총 계약 규모 대비 선급금 평균 비중은 2.2%에 불과했다. 최근 5년간 체결된 기술이전 계약들 중 절대적인 선급금 규모가 더 높은 사례는 오름테라퓨틱과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기술이전(1억 달러) 계약뿐이다.
ADEL-Y01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인자인 ‘타우’ 단백질 중에서도 정상 타우에는 작용하지 않고 독성 응집을 유발하는 ‘아세틸화된 타우(acK280)’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신약이다. 정상 타우의 상당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병리 타우를 우선 제거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존 치료제들과는 다른 기전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접근하는 만큼 새로운 시장 창출이 기대된다.
아울러 아델과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은 오스코텍은 ADEL-Y01 기술이전에 따른 수익의 47%를 나눈다. 오스코텍은 우선 3760만 달러(약 553억 원)의 선급금을 수령한 뒤 임상시험, 허가, 상업화 등에 따라 마일스톤도 받을 수 있다. 오스코텍은 아델과 2020년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은 뒤 생산부터 전임상, 글로벌 임상 1상을 함께 진행해왔다.
윤승용 아델 대표는 “세계적인 제약사 사노피와의 기술이전 계약은 아델이 보유한 기술의 강점과 ADEL-Y01 잠재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성과”라며 “아델의 과학적 전문성과 사노피의 의약품 개발 및 상용화 역량을 결합해 근본적인 치료제가 절실한 전 세계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하루 빨리 희망을 전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까지 국내 바이오 기업의 CNS 관련 기술이전 계약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노보노디스크와 존슨앤드존슨(J&J) 등 빅파마가 알츠하이머병 신약 임상 실패로 잇따라 개발을 중단했으나 세계적인 고령화로 관련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알츠하이머병 및 CNS 치료제와 플랫폼 기업들의 기술이전에 주목해야 한다”며 에이비엘바이오의 뇌혈관장벽(BBB) 투과 플랫폼 ‘그랩바디-B’와 함께 디앤디파마텍·퍼스트바이오의 ‘NLY02’, 알지노믹스의 ‘RZ-003’ 등을 유망한 물질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