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신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최종 획득했다. 올해만 세 곳의 발행어음 사업자가 신규로 나오면서 내년 발행어음 상품 유치전이 한층 치열해지고 증권 업계의 모험자본 투자 속도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례회의를 열고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과 발행어음 인가를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국내 종투사 중 발행어음 사업자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을 포함해 7곳으로 늘어났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할 수 있는 1년 이내 만기 도래 원리금확정형 어음이다. 신한투자증권의 별도 기준 3분기 말 자기자본은 5조 6311억 원으로 자기자본의 200%인 11조 2622억 원을 조달할 수 있다. 하나증권의 경우 별도 기준 3분기 말 자기자본 규모가 6조 1058억 원으로 최대 12조 2116억 원을 발행어음으로 조달 가능하다.
신한투자증권은 당장 내년부터 발행어음으로 조달된 금액의 35%를 모험자본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신한금융 그룹사 차원의 상업투자은행(CIB) 협력,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신한퓨처스랩 등으로 축적한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신한투자증권의 발행어음 1호 상품은 내년 1분기 중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이번 단기금융업 인가는 단순한 신사업 진출이 아닌 회사의 중장기적 전환점”이라며 “오랜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모험자본 공급을 통해 직원·고객·주주·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금융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증권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발행어음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팀 단위에서 실 단위로 확대하고 상품 출시 준비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조달 자금은 인수금융,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 벤처·중소기업 대상 브리지론 등에 주로 집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행어음 1호 상품까지 내놓은 키움증권(3분기 말 자기자본 5조 7862억 원)을 포함하면 발행어음 시장 규모는 최대 35조 원 늘어나게 된다. 올 9월 말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 4개사의 발행어음 발행액은 약 47조 8000억 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금융이나 은행 예금에 쏠려 있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상품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발행어음 발행액의 10%(2028년까지 25%로 단계적 상향)에 상응하는 수준의 모험자본 투자가 의무화되는 만큼 증권사들의 모험자본 공급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