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세수 복병된 해약준비금…기재부 실태조사 착수

전체 보험업계 대상 적립현황 조사

8대 보험사 해약준비금 4.1배나 늘어

배당·감세 두고 보험사별 입장차 첨예





기획재정부가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약환급금준비금 급증이 법인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주 국내 전 보험업계를 대상으로 올해 회계연도 말까지의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현황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세수에 영향을 주는 항목인데다 최근 지급여력(킥스·K-ICS) 비율이 높은 회사에 관련 규제가 완화됐던 부분도 있어 그 효과도 볼 필요가 있다”며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 어떻게 판단하는지 알려달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시가 평가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부족할 경우 이를 준비금으로 적립하도록 한 것을 뜻한다. 2023년 부채 시가 평가를 뼈대로 한 새 회계기준(IFRS17)과 함께 도입됐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손금(법인세법상 비용)으로 잡힌다. 늘수록 법인세 비용이 감소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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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 급증하면서 보험업계에 대한 법인세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3개 생명보험사(삼성·한화·교보)와 5대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메리츠·KB)의 해약환급금준비금(별도·개별 기준)은 올해 9월 말 현재 약 18조 5000억 원으로 IFRS17이 도입된 당시인 2023년(약 4조 5000억 원) 말보다 4.1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8개 보험사의 회계상 법인세비용 증가폭은 11%에 그쳐 법인세차감전순이익(14.8%)을 3.8%포인트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금융 당국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규제 비율을 추가로 낮출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킥스 비율이 170% 이상인 보험사에 해약환급금준비금을 80%만 적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률을 50%로 내리는 안에 대해 각 보험회사별로 의견을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경우 시장에서는 1조~2조 원의 추가 세수가 들어올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다만 당국 안팎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규제 완화안이 거론되는 것은 세수보다는 배당 때문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늘면 법인세 비용뿐 아니라 배당 재원도 줄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화생명의 경우 해약환급금준비금 영향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배당이 어려울 전망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작년 말 2조 5048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3조 6312억 원으로 45%나 늘었다. 금융 당국에 해약환급금준비금 규제 완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곳도 한화생명으로 꼽힌다.

반면 일부 보험사들은 법인세 감세 효과 때문에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각 보험사별로 법인세 비용과 배당재원과 관련해 셈법이 달라 이슈 정리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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