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내년 2월 13일까지 주식 거래 수수료 인하에 나서면서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출범 이후 확대돼 왔던 거래대금 비중이 초기 수준으로 되돌아가며, 복수 거래소 체제의 균형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인하가 시행된 15일부터 5거래일간 한국거래소 대비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대금 비중은 약 21.3%로 집계됐다. 이는 12월 1~12일 평균 거래대금 비중 31.3%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다. 10월 평균 49.4%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특히 이 같은 수치는 넥스트레이드 출범 초기였던 4월 기록(26.9%)보다도 낮아, 거래대금 비중이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15일부터 내년 2월 13일까지 현행 0.0023%인 단일 거래수수료율을 넥스트레이드와 동일한 차등 요율제로 변경해 적용하고 있다.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에 따라 증권사들은 가격과 수수료, 총비용, 주문 규모, 체결 가능성 등을 종합 비교해 주문을 자동 배분하는데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인하 이후 주문이 거래소로 쏠리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거래소와 직접 경쟁하는 넥스트레이드 메인마켓의 거래 위축이 두드러졌다. 넥스트레이드 메인마켓의 거래량은 직전 주 대비 18.5% 감소했다. 이에 따라 거래량 비중 역시 줄어들어, 15~19일 평균 거래량 비중은 9.7%로 1~12일 평균(11.7%)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거래대금은 직전 주보다 35.2% 급감했다. 거래량보다 거래대금 감소 폭이 더 컸던 것은 국내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대형주에 ‘투자경고’ 조치가 내려지면서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거래에서 제외된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넥스트레이드가 최근 거래량 관리를 위해 대표지수 구성 대형주 일부를 거래 대상에서 제외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레이드는 거래량 규제인 ‘15% 룰(한국거래소 대비)’을 충족하기 위해 코스피200 종목을 포함해 거래 가능 종목 수를 잇따라 축소해 왔다.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인하로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거래소 간 경쟁이 오히려 단일 거래소 쏠림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와 달리 넥스트레이드의 주요 수입원은 거래 수수료에 한정돼 있어, 현 수준에서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동시에 위축될 경우, 출범 명분이었던 ‘복수 거래소를 통한 경쟁 유도’ 논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