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규율 체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PEF 운용사인 업무집행사원(GP)가 중대한 법령 위반 행위를 할 경우 1회만으로도 등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고 GP가 운용중인 모든 PEF의 운영 현황은 물론 PEF가 투자·인수한 기업의 주요 경영정보를 의무적으로 금융위에 보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제 3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PEF 제도 개선안을 공개했다. 금융위는 연내 의원입법을 통해 PEF 제도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내년 상반기 중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PEF는 전통 금융이 투자하기 어려운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산업재편 및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이 있다”면서도 “국내 시장에서는 PEF가 단기이익 실현에 매몰돼 기업의 중장기 가치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전용 PEF 제도 개선…'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등
PEF는 경영권 참여, 기업가치 제고 등을 목적으로 기업에 투자하는 집합투자기구로 2004년에 공식적인 제도로 도입됐다. GP와 출자자(LP)가 공동 출자하는 합자회사 형태다. 2007년 9조 원이었던 PEF 약정액이 지난해 말 153조 6000억 원으로 불어날 정도로 국내 PEF 시장은 지난 20년 동안 빠른 속도로 성정했다. PEF의 규모와 영향력이 전통 금융권 수준으로 성장했음에도 PEF에 대한 건전성·책임성 확보 장치가 미흡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우선 금융위는 GP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법행위를 저지른 GP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행 GP 등록취소 사유는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GP 등록 △등록요건 유지의무 위반 △금융위 시정명령 미이행 △같거나 비슷한 위법행위 계속 반복 등으로 제한돼 있어 위법행위를 저지른 GP의 등록을 취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과 같은 중대한 법령위반시 1회만으로 해당 GP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이는 GP가 고의로 증권법, 증권거래소법, 투자자문업자법을 위반할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GP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했다. 금융위는 GP 등록후 특별한 사정없이 장기간(1년 이상) 영업하지 않는 경우에도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금융위는 GP 등록요건으로 금융회사 수준의 대주주 적격요건을 신설해 위법이력이 있는 대주주의 PEF 시장진입도 금지하기로 했다. 현재는 금융회사와 달리 GP의 대주주 적격요건이 부재해 부적격한 GP 대주주의 PEF 운용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아가 GP에 금융회사 수준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도 부과하며 운용자산(AUM) 5000억 원 이상 중대형 GP들의 경우 준법감시인 선임 의무까지 생긴다.
GP의 금융당국 정기보고 의무도 신설된다. GP는 운용중인 모든 PEF 현황(자산, 부채, 유동성, 투자대상기업, 레버리지, 수익률 등)을 일괄 보고해야 하고 PEF가 투자·인수한 기업의 주요 경영정보(자산, 부채, 유동성 등)도 보고대상에 포함된다. GP가 개별 PEF로부터 지급받은 보수와 산정방식도 보고해야 한다.
적정 레버리지 관리를 위한 차입규제는 현행 순자산 대비 400%로 유지된다. 다만 차입비율이 200%를 초과 할 경우 △사유 △PEF 운용에 미치는 영향 △향후 관리방안 등을 금융당국에 의무 보고해야 한다. GP는 LP에게도 LP가 PEF 운용현황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도록 △PEF의 투자상세내역 △인수 기업 현황 △GP 보수 등을 정기적으로 제공·설명해야 한다.
시장 자율규제 측면에서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PEF 위탁운용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에 착수한다. 가이드라인에는 △PEF 투자원칙 △GP-LP간 표준계약서 △성과·비용 산출 표준화 등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위는 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해 PEF가 투자대상기업 인수 시 경영권 참여 목적,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근로자 대표에게 인수 후 2주일 내 통지하도록 규정할 방침이다. 현재는 PEF의 근로자 정보 제공 의무가 부재한 상황이다.
2028년까지 모험자본 20.4조 원 공급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종합투자계좌(IMA) 또는 발행어음 신규 사업자로 지정·인가된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5개사의 모험자본 공급 계획도 구체적으로 발표됐다. 이들 5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은 올 9월 말 기준 약 5조 1000억 원의 모험자본을 투자했는데 향후 3년간 15조 2000억 원을 추가 공급해 2028년 말 기준 총 20조 4000억 원의 모험자본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들의 모험자본 투자 계획을 상세히 살펴보면 크게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로 구분되며 약 4.5:5.5의 비율로 고루 배분된다. 먼저 직접투자는 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공급(직접투자액의 약 85%)과 함께 신·기보 보증 P-CBO 등의 구조화 금융(직접투자액의 약 15%)을 통한 자금공급이 이루어진다. 간접투자는 다양한 투자조합(간접투자액의 약 26%)과 정책펀드(간접투자액의 약 74%)를 거쳐서 모험자본으로 자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개별 투자항목별로는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투자비중(약 27%)이 가장 높게 계획됐다. 이어 A등급 이하 채무증권(약 15%)과 중소·벤처기업(약 13%)에 대한 직접자금공급 순이다.
코스닥 시장의 주요 기관투자자인 BDC와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투자 계획도 3년간 약 1조 2000억 원으로 구체화됐다. 금융위는 이 같은 공급 계획이 코스닥 시장의 안정적인 투자수요를 확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비상장주식 특화 신규 전자등록기관 진입 허용
정부는 비상장주식 특화 전자등록기관을 허용함으로써 현재 한국예탁결제원이 단독으로 수행중인 증권 전자등록에 경쟁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전자증권제도란 증권의 발행과 유통 등이 실물 없이 전자적인 등록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비상장주식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발행하거나 수기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주주권 증명이 어렵고 위·변조 범죄에 취약하여 법적 안정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비상장주식 맞춤형 전자등록이 활성화된다면 거래·관리의 투명성과 편의성이 제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 법무부 등 관계부처·기관과 함께 구체적인 허가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허가심사 위탁근거 마련 등 전자증권법령을 보완해 내년 하반기부터 허가 설명회 등 관련 허가 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