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이 복지, 안전, 도시관리, 세무행정까지 지방행정 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존 공무원들이 직접 처리하고 의사결정하던 방식에서 데이터 기반 행정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구 감소와 고령화, 재정 제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가장 빠른 변화가 나타난 분야는 복지행정이다. 경상북도 경주시는 ‘초거대 AI 기반 위기가구 발굴·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부산광역시 영도구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복지상담 챗봇 ‘영도 복지위키’를 운영하며 주민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AI 돌봄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독거노인 대상으로 비대면 돌봄 로봇을 보급하고 있는 충청남도 당진시 사례도 있다. AI를 통해 기존 방식으로는 찾아내기 어려웠던 복지 사각지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공무원은 현장 확인과 맞춤형 연계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안전 분야에서도 변화는 두드러진다. 충남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 전환과 AI 기반의 스마트 포트홀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고, 경북 영주시는 드론 촬영을 활용해 행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AI가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위험 발생 이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예방 중심의 ‘선제적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시·환경 관리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특별시는 AI 미세먼지 측정 정확도 향상 기술 특허를 취득하고, 국내 최대 규모인 520대의 미세먼지 간이측정망을 구축해 초미세먼지 예측과 정책 대응의 과학성을 높이고 있다. AI 기반 생활폐기물 수거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차량 주행 중 쓰레기를 자동 인식·기록함으로써 수거 누락을 최소화하는 등 도시관리의 효율을 높이고 있는 대전광역시 서구청의 사례도 있다. 이처럼 지방정부의 AI 활용은 기존의 ‘사후 대응’을 넘어 선제적 지능형 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 가장 심각한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AI 전문성 격차다. 중앙부처와 산하기관은 비교적 풍부한 인력과 예산, 연구개발(R&D) 기반을 갖추고 있으나, 다수의 기초정부는 데이터 전담 조직조차 없거나 1~2명 수준의 정보화 담당자가 행정, 민원, 전산까지 동시에 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AI 도입 과정에서 기획, 개발, 운영, 평가까지 이어지는 정책 전 주기 관리 능력이 부족하며, 외부 사업자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인재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중앙, 광역, 기초를 연결하는 통합 인력 양성체계를 구축하여, 데이터 기초 문해력부터 고급 AI 활용 역량까지 단계별로 교육받을 수 있는 지방공무원 AI 아카데미를 운영해야 한다. 또한 지방거점대학이나 지역기업과 협력하는 지역 AI 인재 트랙을 도입하여 지역에서 양성된 청년 인재가 지방정부에서 경력을 쌓고 정착할 수 있도록 인턴십, 장학금 등을 연계하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둘째, 데이터 품질과 표준 부재도 지방정부 AI 혁신의 장애요인이다. 동일한 복지 항목조차 지방정부 마다 코드 체계나 변수 정의, 데이터 구조가 제각각이어서, 지역 간 데이터 통합 분석이 어렵고 AI 모델의 학습 효율도 크게 저하된다. 여전히 텍스트 위주 행정문서, 민원 기록, 상담일지 등 비정형 데이터 비중이 높은 점도 분석 정확도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중앙·광역·기초자치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단일 데이터 표준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각 부처와 지방정부가 생산하는 대규모 행정데이터에 대해 단계별 구조화 및 정제 사업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 나아가 표준 적용을 의무화하고, 지방정부의 데이터 품질 수준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데이터 품질관리 체계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AI 시스템 도입 이후에 점검체계를 통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역시 필요하다. 데이터 환경과 정책 수요는 빠르게 변하는데, AI 모델이 이를 반영하지 못하면 데이터의 정확도 저하로 인한 정책 오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즉, AI 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능 점검을 통한 오류를 방지하고 개선하는 체계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 1회 이상 AI 성능 점검 리포트를 제도화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모델의 정확도 변화, 데이터 최신성, 예측 오류 패턴, 정책 적용의 적절성 등을 정기적으로 검증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만 AI가 주민들의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AI 윤리와 책임성 문제 역시 중요하다. AI 예측 알고리즘의 편향 위험, 개인정보 보호 문제, AI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부족은 특히 복지 대상자 선정, 위험 가구 모니터링 등의 영역에서 치명적 결함이 될 수 있다. 또한, 기술 활용이 확대될수록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가의 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별로 AI 윤리위원회 설치, 개인정보 위험도에 따른 AI 영향평가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
이제 AI는 공무원의 일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더 정확한 판단과 더 빠른 서비스 제공을 돕는 새로운 공공 인프라다. AI를 먼저 이해하고, 먼저 준비하는 지방정부가 주민 삶의 질과 행정 효율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선점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현명하게 다루고, 책임 있게 활용하는 지방정부가 주민의 신뢰를 얻고 지역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정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