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2일 발표한 사모펀드(PEF) 규제 강화안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PEF들에 더 많은 투자 기회가 돌아가면서 토종 PEF에는 역차별적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PEF 산업에 갈수록 촘촘한 규제가 덧대지고 있어 해외 큰손들 사이에서조차 한국 자본시장 전체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종 PEF의 한 관계자는 이날 “미국이나 유럽·홍콩·싱가포르에서 우리보다 훨씬 큰 규모로 활동하는 PEF들은 한국 당국의 규제를 피해가게 될 것”이라며 “안 그래도 힘겨운 투자 경쟁에서 해외 PEF에 더욱 우위를 넘겨주게 될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PEF 관계자는 “한국 PEF의 활동에 점차 허들이 많아지면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PEF로 우수한 운용역들이 이직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개개인의 일탈 행위를 방지하는 것과 운용사(GP) 자체의 등록을 취소시키는 것은 명확히 다르다”며 금융위가 이날 내놓은 강도 높은 GP 관리·감독 규제에 대해 특히 부정적 영향을 염려했다.
한국 감독 당국이 최근 PEF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부정적이라는 점은 해외 큰손 투자를 유치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다른 글로벌 PEF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LP)들은 한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실제 투자를 집행할 만한 유인책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면서 “일본은 10여 년간 자본시장 성숙을 위해 PEF의 자율적 활동과 기업 거버넌스 개혁 등을 장려하며 한국과 자주 비교되고 있다”고 했다.
금융위가 선진 국가 사례를 참고해 이번 규제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하지만 한국은 아직 미국·유럽 대비 시장 성숙도 측면에서 차이가 커 단순 적용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3년 도입한 PEF 규제안이 업계 반발로 대부분 무산됐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SEC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PEF가 분기마다 펀드 성과와 수수료·비용·보수 등은 물론 감사보고서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미국 내 PEF 협회들로부터 곧장 소송을 당했고 법원은 지난해 SEC에 대부분 패소 판결을 내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시장의 성숙도 측면에서 아직 한국 GP들은 이런 강력한 규제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자칫 산업 자체의 성장을 꺾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