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면역항암제 투여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세훈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방영학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전문의, 박근호 삼성융합의과학원 박사가 의료 AI 기업 루닛(328130)과 진행한 공동 연구를 통해 AI가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전체 폐암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5명 중 4명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동반한다. 그 중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는 아시아 환자의 절반가량이 보유하고 있다. 1세대 EGFR 표적치료제로 불리는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를 시작으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등 3세대 약물이 도입되면서 폐암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대부분은 수개월에서 몇 년 사이에 치료제 내성을 겪는다. EGFR 변이 폐암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기 어렵고 종양 주변 환경도 면역 세포 반응이 억제된 상태다.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긴 후에는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더욱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항암제는 암환자의 몸속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돕는 약물이다. 치료비 부담이 크지만 일부 환자에게서 투여 후 매우 좋은 반응을 보이며 장기간 생존하는 이른바 '롱테일 효과(Long-tail effect)'가 관찰됐다. 학계에서는 어떤 환자가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선별하는 바이오마커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연구팀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2015~2022년 사이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긴 후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은 폐암 환자 143명을 선정했다. 루닛의 AI 기반 병리 분석 플랫폼 '루닛 스코프 아이오(Lunit SCOPE IO)'를 활용해 종양 조직을 암세포 영역과 세포 주변 기질 영역으로 구분한 다음, 각 영역에서 종양침윤림프구와 혈관내피세포의 밀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긴 후에도 암세포 영역 내 종양침윤림프구 밀도가 높은 환자는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4.3배 높았다. 종양 크기가 더 나빠지지 않은 채 생존한 기간을 가리키는 무진행생존기간도 2.7배 길었다.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을 병용 투여한 환자군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관찰됐다. 혈관내피세포 밀도가 높은 환자는 반응률이 5.2배 높았고 무진행생존기간은 1.4배 길었다.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기면 암세포 내 종양침윤림프구는 감소하고 혈관내피세포는 증가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면역세포나 혈관내피세포 밀도가 높게 유지된 환자는 면역항암제 투여 시 더 좋은 반응을 보였다. 암세포 영역 내 면역세포 또는 혈관내피세포 밀도가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긴 환자에 대한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세훈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표적치료제 내성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면역항암제의 문을 정확하게 여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가 암환자들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시하는 데 실질적인 근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 삼성서울병원, 한·미 공동연구지원사업(KUCRF),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형 ARPA-H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미국면역항암학회의 공식학술지인 ‘JITC(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 최근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