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같은 금 투자라도 국내 상장 상장지수펀드(ETF)와 해외 상장 ETF 간 최종 성과에는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금 가격 상승 효과는 유사했지만 환율 반영 여부와 국내 금 시세 특성, 세제 구조가 수익률의 미세한 차이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 매수해 이달 24일 매도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국내 최대 규모의 금 ETF인 ‘ACE KRX금현물’은 일반 계좌 기준 최종 수익률 54.49%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KRX) 금 현물 시세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매매 차익에서 배당소득세(15.4%)와 연 보수 및 수수료(0.6453%)를 반영한 수치다. 이를 연금 계좌로 편입해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세율이 낮아지면서 최종 수익률은 62.28%까지 상승했다.
반면 국제 금 시세를 추종하는 ‘SPDR 골드 셰어즈 ETF(GLD)’는 같은 기간 달러 기준 수익률 67.58%를 기록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를 반영해 원화 기준으로 환산하면 최종 수익률은 68.14%로 집계됐다. 금값 상승에 더해 환차익이 추가로 반영되면서 실제 투자자가 느끼는 원화 기준 성과는 우세한 셈이다.
이는 실제 자금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GLD를 3148만 달러(약 460억 원) 순매수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2억 9515만 달러(약 4300억 원)를 사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달러 약세를 배경으로 한 에브리싱 랠리 속에서 금값이 함께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며 “특히 국내에서는 원화 약세가 겹치면서 달러로 금에 투자한 자산이 상대적으로 큰 수익을 거뒀다”고 짚었다.
다만 투자 규모가 커질 경우에는 세제 구조에 따라 체감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내 상장 ETF는 매매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가 적용되지만 이자·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면 해외 상장 ETF는 연 250만 원 기본공제 후 양도소득세 22%가 적용되며 금융소득과 분리과세된다. 이종훈 한투운용 ETF운용부장은 “장기적으로 금에 투자할 경우 퇴직연금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연금 계좌를 활용해 세제 혜택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금값 강세에 힘입어 국내 금 ETF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확대됐다. 연초까지만 해도 국내 상장 금 ETF는 5개에 불과했지만 이후 신규 상품이 잇따라 상장돼 현재 9개로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기준 국내 상장 금 관련 ETF의 순자산 총액은 5조 83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5개 ETF의 순자산 총액 8688억 원 대비 약 570%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유일한 금 현물 투자 상품이었던 ACE KRX금현물 ETF가 급성장하자 국내 금 시세가 국제 금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국내 수급에 따라 국제 시세 대비 가격 괴리가 발생하는 현상)’ 부담을 줄이고 국제 금 가격 흐름을 보다 직접 반영하려는 수요 또한 함께 커졌다. 이에 따라 환율 변동에 노출되면서 국제 금 시세를 추종하는 ‘KODEX 금액티브’ ‘SOL 국제금’ 등도 잇따라 출시됐다.
국제 금 시세는 올해 10월 중순 트로이온스당 4300달러대까지 올랐다가 일시적인 조정을 받았으나 이달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며 고점을 돌파했다. 최근 금값 강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지정학적 긴장이 맞물린 영향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 확대도 중장기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 비중은 미국 채권 비중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스태티스타는 “외환 보유 자산이 달러 표시 증권에서 실물 자산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매수 기조와 통화 완화 환경,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금이 다시 전략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JP모건 글로벌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금시장은 단순한 투기 국면을 넘어 구조적 재평가 단계에 진입했다”며 내년 말 온스당 5000달러 돌파 가능성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