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도시가스 업체인 삼천리(004690)그룹이 ‘지도표 성경김’으로 유명한 김 제조업체 성경식품을 1200억 원에 사들인다. 연탄공장에서 출발한 삼천리는 도시가스·자원순환 등 에너지 사업을 핵심으로 외형 성장을 이뤄왔지만 최근에는 외식, 모빌리티 등 부문에 진출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성경식품 인수가 최근 그룹 경영을 본격화한 오너가 3세인 이은선 부사장이 이끄는 외식 및 식음료(F&B)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6일 삼천리그룹은 성경식품의 지분 100%를 약 1195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성경식품은 장기간 축적해 온 김 제조 노하우에 기반한 차별화된 전문성을 통해 ‘지도표 성경김’ 등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추고 있다. 국내 조미김 시장에선 동원과 CJ에 이어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조미김은 최근 ‘검은 반도체’로 불리며 미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등으로 대량 수출되면서 한국 수출 10대 품목에 자리하고 있다. 조미김이 지난달부터 대미(對美) 무관세 품목으로 지정되면서 수출 성장세에는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올해 11월까지 김 수출액은 10억 1500만 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대미 수출액은 2억 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성경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 역시 40%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기준 성경식품의 연간 매출은 12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3억 원을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2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났다. 성경식품은 올해 매출액 역시 1300억 원 대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천리그룹은 2010년께부터 호텔과 외식, 모빌리티 등으로 사업 저변을 넓히며 도시가스 사업에 치우친 수입원을 다각화하기 위한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삼천리는 현재 외식 사업 쪽에서 중식 브랜드인 ‘차이797’과 한우 등심 전문점인 ‘바른고기 정육점’, 홍콩식 대중음식점 ‘호우섬’, 한식 브랜드 ‘서리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해외에서도 호텔과 외식 사업을 운영하며 글로벌 역량을 쌓고 있다. 삼천리 측은 이번 성경식품 인수로 그룹 차원에서 전개하는 생활 문화 사업 간 시너지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성경식품의 인수가 삼천리그룹 오너 3세 승계 작업과 관련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만득 삼천리그룹 명예회장의 셋째딸인 이 부사장은 그룹 내 외식 사업 총괄에 이어 현재 그룹의 신사업 역시 주도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차이797 등 외식 브랜드들의 론칭을 주도했으며, 삼천리ENG를 통해 밀키트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번 성경식품 인수 역시 이 부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천리그룹의 오너가 경영은 고(故) 이상균·유성연 창업주로부터 현재의 이천득·이만득 2세대 형제 경영을 거쳐 이은백(삼천리그룹 전략 총괄 사정)·이은선 등 3세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번 성경식품 인수가 완료되면 그룹 내 생활문화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 부사장의 리더십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