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앉지도 눕지도 못했던 10살 소녀에…미소 되찾아준 韓 의료진

신경관 열린 채 태어난 '수막척수류' 환아 초청 수술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 프로그램 대상 선정

JYP엔터테인먼트, 수술비 전액 부담…누적 7억 기부

출생아 1000명 중 1명 이하에서 발생하는 '수막척수류'를 앓던 필리핀의 10세 소녀 조안나(왼쪽)와 엄마가 세브란스병원에 초청돼 수술을 받은 후 회복을 기념해 사진을 찍었다.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출생아 1000명 중 1명 이하에서 발생하는 '수막척수류'를 앓던 필리핀의 10세 소녀 조안나(왼쪽)와 엄마가 세브란스병원에 초청돼 수술을 받은 후 회복을 기념해 사진을 찍었다.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척추뼈에 있는 신경조직이 외부로 돌출되는 희귀병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제대로 앉지도 눕지도 못했던 필리핀 소녀가 국내 의료진의 도움으로 새 삶을 얻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출생아 1000명 중 1명 이하에서 발생하는 '수막척수류'(Myelomeningocele)를 앓던 필리핀 국적의 10세 소녀 조안나(Babaran Johanna Lyn Fuentes)를 초청해 치료했다고 26일 밝혔다.



수막척수류는 척수를 둘러싼 척추뼈와 경막에 선천적으로 결손이 발생해 그 안의 신경 조직이 외부로 나와 있는 상태다. 척수관은 척추 내부를 통과해 머리와 허리를 잇는 신경관으로 뇌와 척수 발달의 기초가 된다. 정상적으로는 임신 초기인 3~4주 때 닫혀야 하는데, 조안나의 경우 신경관이 열린 채로 태어났다. 척수관이 머리 쪽에서 안 닫히면 무뇌증을, 허리 쪽에서 안 닫히면 수막과 척수가 외관상으로 돌출한 수막척수류를 앓게 된다. 수막척수류의 가장 흔한 증상은 하지 마비, 근력 저하, 배설 장애 등이다. 조안나의 경우 척수 신경이 등 부위에서 돌출된 상태로 태어난 데다 어려운 경제적 사정 탓에 출생 직후 받아야 할 신경관 봉합 수술 시기를 놓쳤다. 부모의 도움에 의지해 생활하며 학교에 다녔지만, 등에 돌출된 척추 신경의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했다. 최근에는 노출된 신경으로 극심한 통증이 생겨 앉는 것은 물론 똑바로 눕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결국 학업을 중단한 채 밤마다 제대로 잠들지도 못하는 지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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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의료진과 인연이 닿은 건 필리핀 빈민촌에서 사역하던 이정현 선교사가 조안나의 딱한 사정을 알리면서다. 병원은 조안나를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Global Severance Global Charity)'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해 초청했다.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는 세브란스병원이 의료 취약국 환자들을 국내로 초청해 수술비 전액을 지원하며 치료하는 프로그램이다.

수술은 김동석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닫히지 않은 신경관 틈을 삐집고 밖으로 돌출된 수막류 주머니를 먼저 손 봤다. 수막류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신경 조직들을 주변 조직들과 분리하고 원래 있어야 할 척추 안쪽으로 넣었고, 외부 자극으로 인한 추가적인 신경 손상과 통증, 감염 위험을 막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수술 전까지 등에 돌출된 수막류 때문에 똑바로 눕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조안나는 바른 자세로 잠을 잘 정도로 상태가 호전했다. 오랜 기간 신경이 손상된 탓에 하반신 마비가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으나 이제 휠체어에도 탈 수 있다.

조안나는 의료진을 향해 연신 "살라맛(감사합니다)"을 외치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동석 교수는 “환아가 고통에서 벗어나 건강한 모습으로 필리핀에 돌아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우리가 과거 선교사님들로부터 받은 하나님의 사랑과 숭고한 정신을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 사업을 통해 해외 환아들에게 되돌려줄 수 있어 뜻깊다”고 전했다.

조안나의 수술 비용은 전액 JYP엔터테인먼트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작년 4월 국내외 취약계층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비 지원을 위한 사회공헌 업무협약을 연세의료원과 맺고 현재까지 누적 7억 원을 기부했다. 작년에는 선천성 심장병 ‘팔로 네 증후군’을 앓던 필리핀 환아를 초청해 치료한 바 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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