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인 FBPS(Freudenberg Battery Power System)와 체결했던 4조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지난주 미국 포드와 9조 6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포함해 일주일 만에 13조 원 넘는 계약이 백지화된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는 성장세를 보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충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6일 FBPS의 배터리 사업 철수에 따라 지난해 4월 체결한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계약을 상호 합의로 해지한다고 밝혔다. 해지 금액은 공시 당일 환율 기준 약 3조 9217억 원으로 전체 계약액 27억 9500만 달러 중 이미 이행된 물량(1억 1000만 달러)을 제외한 잔여분이다.
FBPS는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에 배터리팩 조립 공장을 두고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모듈을 공급받아 전기버스·전기트럭 등 북미 상용차 업체에 납품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배터리 사업에서 발을 빼기로 해 LG에너지솔루션과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17일 미국 완성차 업체인 포드에 2027년부터 2032년까지 9조 6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을 공급하기로 한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포드는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따라 일부 전기차 모델의 생산을 취소하고 하이브리드 차량과 내연기관 차량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FBPS와 계약 해지로 수주 잔액은 줄어들었지만 실질적인 재무적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계약은 기존 생산 라인에서 제조 가능한 ‘표준화된 배터리 모듈’ 공급이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용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 비용이 들어가지 않아 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 손실이나 추가 비용 발생은 없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시장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올해 미국 미시간 공장을 ESS용 배터리 생산 시설로 전환해 계획보다 1년 앞당겨 6월부터 조기 양산에 들어갔고 폴란드와 캐나다 합작 공장 라인도 ESS용으로 전환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