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기획재정부 핵심 인사들의 산실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기재부 관료들 사이에서 승진에서 밀려 잠시 머무는 ‘한직’이나 사실상 마지막 보직으로 여겨졌던 통계 라인이 이제는 누구보다 발을 걸치고 싶은 ‘승진 급행열차’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26일 관가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단행된 기재부 고위직 인사에서 데이터처를 거친 인사들이 잇따라 중용되거나 요직을 차지하면서 이른바 ‘데이터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 조작 의혹으로 강도 높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받으며 조직 위상이 크게 흔들렸던 때와는 전혀 달라진 풍경이다.
데이터처 부활의 신호탄을 쏜 관료는 이형일 기재부 제1차관이다. 2023년부터 올 6월까지 통계청장을 지낸 이 차관은 기재부 차관으로 복귀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보좌하며 거시경제 정책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단행한 기재부 1급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강기룡 차관보도 과거 통계청의 살림을 도맡는 기획조정관을 지냈다. 이에 앞서 올 5월에는 허승철 전 기획조정관이 부총리 비서실장으로 이동했다. 기재부 조세정책과장을 지낸 양순필 국장도 기획조정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데이터처가 ‘승진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통계청 발령이 나면 한숨을 쉬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가고 싶어하는 실세 부처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조직을 짓눌렀던 ‘통계 조작 의혹’에서 벗어난 점도 위상 강화와 맞닿아 있다. 데이터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시작된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와 검찰 고발, 재판 등으로 조직이 흔들렸지만 최근 대부분 직원들이 무혐의 또는 무죄판결이 나오며 신뢰 회복에 성공했다. 현재 강신욱 전 청장만이 1심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숫자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과 맞물려 데이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나 업무보고 때 장관들에게 구체적인 데이터와 숫자를 묻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는 능력을 갖춘 관료들이 중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관가에서는 19대 통계청장을 지낸 한훈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새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자리를 놓고 임기근 기재부 2차관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하마평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