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완공 한시가 급한데…김성환 “용인 반도체산단 이전 고민”

“삼성·SK에 원전 15기 분량 전기 필요”

김성환 “기업이 전기 많은 곳으로 가야”

후보지 새만금도 전력·용수 문제 난망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대국민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대국민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경기도 용인에 조성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업단지를 대규모 발전원이 있는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 이전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반도체 클러스터를 이전해도 대규모 송변전 설비와 송수관 등 인프라를 새로 설치해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여서 최신 반도체 제조 설비를 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늦춘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장관은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입주하면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기 분량이어서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고민 된다)”며 “최대한 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에 기업이 가고, 꼭 불가피한 것만 송전망을 통해서 송전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슷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전북 지역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만금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해상풍력 자원이 풍부하고 서남해에서 비교적 용이하게 재생에너지를 끌어올 수 있는데다 공장을 지을 부지도 충분하다는 논리다. 전북 완주·진안·무주를 지역구로 하는 안호영 민주당 의원 역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기를 억지로 끌고 올라가는 대신 전기가 넘쳐흐르는 곳으로 기업이 내려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용인 일대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이 “국익을 외면한 무책임한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맞서며 논쟁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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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제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비합리적인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전력 산업 분야는 최소 10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집행한다”며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사운이 걸린 설비투자 계획이 흔들린다면 어떻게 기업이 경영 전략을 세우겠느냐”고 비판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시스템반도체 특화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3년 3월 윤석열 정부 당시 여의도 면적에 육박하는 약 777만 ㎡ 규모로 확정됐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방에 이전하면 용수와 전력 인프라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근거가 희박하다. 당장 새만금만 해도 발전소가 구축돼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 주장대로 새만금 일대에 해상풍력과 태양광 중심 설비 규모 5GW의 발전소를 구축할 수 있다 해도 이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필요한 전력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태양광의 평균 발전 효율이 2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돼야 하는데 태양광 발전소는 낮 시간대만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전남의 원자력발전소와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 등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경우 345킬로볼트(㎸)급 이상 고압 송전선을 새로 깔아야 한다. 용수 역시 새만금 산업단지에서 80㎞ 가까이 떨어진 전북 진안에 위치한 용담호에서 끌어올 가능성이 높다. 수천억 원을 들여 도수관로를 설치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용인 일대에 전력·용수 공급을 위한 국가 규모의 계획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삼성전자는 9GW, SK하이닉스는 6GW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삼성전자는 6GW, 하이닉스는 3GW를 이미 확보했다. 남은 6GW는 현재 공사가 상당 부분 진척된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망(HVDC)이나 2030년 이후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가 완공되면 공급받을 길이 열린다. 두 기업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도수관로 역시 이미 국가수도계획까지 반영된 상태다. 이르면 2027년부터 첫 공장이 가동될 예정인데 부지를 옮길 경우 제품 양산 시간만 늦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경기도는 이미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는 지역에 손실보상 협의도 착수했다. 용인시에 따르면 국가산업단지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9일 국가산단 부지 내 토지 소유자들에게 손실보상 협의 통지서를 발송하는 등 행정절차를 시작했다.


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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