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최종 의견에서 윤 전 대통령의 일련의 행위에 대해 “자신의 범행을 감추고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사유화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약 1시간가량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대통령 경호는 아무리 지나쳐도 과하지 않다”며 “체포영장 집행 저지는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긴급권 행사”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검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징역 5년), 국무위원 계엄 심의·의결권 침해와 허위 외신 공보 및 비화폰 증거인멸 시도(〃3년), 허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행사 혐의(〃2년) 등을 각각 산정해 도합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는 7월 19일 윤 전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후 161일 만의 결과다. 선고일은 내년 1월 16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12·3 비상계엄으로 기소된 4개 재판 가운데 가장 먼저 선고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 방해 행위에 대해 영장 집행 과정에서의 우발적 충돌이 아니라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사법절차를 직접 차단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현직 대통령이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전례는 없다”며 “사법 질서를 정면으로 침해한 공무집행방해”라고 지적했다.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행위는 그 자체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취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줄곧 공수처의 수사권과 법원 관할을 들어 영장 집행이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 윤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수사권이 없는데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다가 내란을 인지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라며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을 재차 강조했다.
특검은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도 헌법상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봤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헌법이 예정한 통제장치인 국무회의를 형식적으로만 거치게 해 국무위원들의 실질적인 심의·의결권 행사가 봉쇄됐다고 지적했다. 계엄 선포 이후의 사후 대응 과정에서도 절차적 하자가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국무총리와 관계 장관의 심의·서명이 있었던 것처럼 외형을 갖춘 공문서를 사후에 작성·유통해 정당성을 가장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해당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함에도 수사 개시 이후 무단 폐기된 정황이 확인된 만큼 대통령기록물법 위반과 공용 서류 손상 혐의가 모두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검은 여론 대응 과정에서도 직권남용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이 해외 홍보 담당 공무원에게 ‘국회의원 출입 통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공보 문안을 직접 지시·수정하게 했고 해당 내용이 외신 기자들과 외교 당국에 전달됐다는 지적이다.
범행 이후 윤 전 대통령의 태도 역시 형량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다. 특히 그가 책임을 인정하기보다 국무회의 절차와 체포영장 집행의 적법성을 거론하며 불법성을 전면 부인해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검은 “수사권과 재판 관할을 끊임없이 문제 삼아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형사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반복됐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