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라즈베리 파이가 촉발한 메이커 혁명

3년 전 에벤 업튼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자신이 진행할 컴퓨터공학 프로그램에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토록 하기 위해 멋들어진 아이템이 필요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초소형 컴퓨터, 현존하는 가장 저렴한 컴퓨터로 불리는 ‘라즈베리 파이’다. 이후 업튼은 지금껏 대당 20~35달러의 라즈베리 파 이를 무려 500만대나 판매했다. 올 2월에는 더욱 빠른 속도의 후속모델도 내놓았다. 현재 라즈베리 파이는 DIY 문화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다. MS가 준비 중인 라즈베리 파이 친화적 윈도 운영체제가 출시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진가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Q. 왜 많은 사람들이 라즈베리 파이를 좋아할까?
우리는 저렴하고, 프로그래밍 가능하며, 재미있고, 튼튼해서 아이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만들고자 했다. 알다시피 아이로 산다는 건 짜증나는 일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 20년간은 아무 권한 없이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살아야 한다. 반면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프로그래머에게 통제자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준다. 자신이 원하는 걸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아이들은 부모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열광하기 마련이다.

Q. 어떤 점에서 라즈베리 파이가 아동 친화적이라는 건가?
라즈베리 파이의 매력은 하드웨어 해킹, 그리고 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기기들을 직접 제작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라즈베리 파이를 통해 SNS에 접속할 수도, 동영상을 볼 수도,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아이들이 충분히 재미를 느낄만한 장난감과도 같다. 게다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여러 스킬을 배우는 교육적 효 과도 뛰어나다.



Q. 왜 더 빨리 개발하지 못했나?
10년 전에도 20달러짜리 컴퓨터를 만들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즐길 수도, 블루레이를 재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지금은 무료 소프트웨어 도구들도 많이 개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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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라즈베리 파이를 이용한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영국에 사는 어떤 사람은 라즈베리 파이를 기구에 부착, 고도 40㎞ 상공으로 띄워 지구 풍경을 담은 거대한 파노라마 사진을 촬영했다. 망원경에 장착해 우주 사진을 찍은 사람들도 많다. 또 라즈베리 파이로 이동통신 기지국을 만든 사람도 있다. 대다수 국가에선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자의 자격을 법으로 정하고 있어 그 기지국의 운용은 불법이었지만 말이다.

Q. 가격과 기능 가운데 어디에 더 중점을 두고 있나?
무어의 법칙에 기반해 우리는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라즈베리 파이의 현 가격을 유지하면서 기능을 추가하던지, 기능은 그대로 두고 가 격을 내리는 것이다. 기업이라면 항상 전자를 선호한다. 수입 하락을 반가워하는 회사는 없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는 무어의 법칙을 이용해 고객들의 지출을 줄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컴퓨터 구입에 수백 달러의 돈을 쓸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일반 컴퓨터 수준의 기능이 필요치 않은 사람들에게 라즈베리 파이는 앞으로도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Q. 부친과 함께 옥스퍼드 운율사전을 편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부친은 언어학자시다. 그래서 사전의 초고를 작성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초고를 이용해 부친께서 완성품을 탈고한 것이다. 한사람의 힘으로는 해내기 어려웠던 협동작업이었지만 부친이 맡으신 작업은 6개월이나 걸린 반면 내 작업은 며칠 만에 끝났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인간의 노동을 줄여줄 수 있음을 또 한 번 여실히 증명해낸 셈이다.(웃음)

6배
'라즈베리 파이2'와 이전 모델의 속도 차이.

무어의 법칙(Moore's Law)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 주장해 이런 명칭이 붙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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