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울산 우정혁신도시에서 착공식을 가진 한국석유공사 신사옥은 건물 외벽에서 유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3%에 불과하다. 그나마 쓰인 유리도 열전도율이 현격히 낮은 기능성 유리(LOW-E 복층유리)다.
서울 강남대로에 밀집한 빌딩들이 '보기에 좋다'는 이유로 건물 외벽의 90% 이상을 유리로 꾸며놓은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수치다. 이 같은 설계가 도입된 이유는 건물 외벽의 유리가 에너지 낭비의 주범으로 꼽히기 때문. 윤진용 석유공사 팀장은 "열 낭비가 많은 유리를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건물의 미관을 살리는 것이 이번 신사옥 외관 설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신사옥이 친환경 에너지 건축 기술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이날 착공한 석유공사 신사옥은 지상23층, 연면적 6만4,887㎡ 규모로 에너지 공기업의 사옥답게 무엇보다 친환경 설계에 공을 들였다. 이 사옥은 에너지 소요량이 현행 에너지효율 1등급인 연간 300㎾h/㎡보다 적은 연간 250㎾h/㎡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기존 대부분 건축물이 에너지 효율 5등급인 연간 500㎾h/㎡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건축물 대비 에너지 효율이 50% 이상 향상된 건축물이다. 태양광ㆍ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기본이고 건물 내부 사무실에는 '안 쓰는 전기'를 차단할 수 있는 각종 지능형 제어장치가 곳곳에 도입된다.
이달 초 전남 나주 광주ㆍ전남 공동혁신도시에서 착공식을 가진 한국전력공사 신사옥(지상31층, 연면적 9만3,222㎡)은 이보다 더 파격적인 설계로 국내 최고 수준의 친환경 빌딩을 표방했다.
한전 사옥의 에너지 소비량 목표는 연간 180㎾h/㎡다. 국내 업무용 빌딩 가운데 아직까지 이 정도로 에너지를 적게 쓰는 빌딩은 없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비결은 총 6,750㎾에 달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다. 기존의 태양광ㆍ지열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킨 메탄가스로 전기를 만드는 대우건설의 특허기술 DBS(바이오가스)까지 도입됐다.
한전 신사옥 기술제안을 맡은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일반 건축물에서는 최초로 DBS 기술을 적용했다"며 "한전 구내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가 지하주차장 탱크로 들어가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김천혁신도시에서 착공한 한국도로공사 신사옥은 건물 일체형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 지열 냉난방 시스템, 고효율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구 등 에너지 절약 기법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도로공사 신사옥의 어린이집은 일반 건축물 대비 유지관리 비용이 6분의1 수준인 패시브(passive) 건축물로 신축된다.
이 밖에 현재 설계 공모 중인 경남 진주혁신도시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사옥과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는 대구혁신도시의 가스공사 신사옥도 각종 에너지 절감 기술이 도입된 친환경 랜드마크로 지어진다.
강성일 LH 본사이전추진단 차장은 "현재 현상 공모 중인 LH 신사옥 설계에는 국내 대표적인 설계사 20여 개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며 "건축미를 살리면서도 각종 친환경 기술을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는 설계를 최종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