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출구전략 모드’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정부가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 등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시중 뭉칫돈이 금리연계 금융상품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은행들은 예금금리 인상 및 자금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부실여신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도 줄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상승 기대감 등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오르면서 CD 연동 및 회전식 정기예금으로 유동성이 몰리고 있다. CD 금리는 지난 4월16일부터 8월5일까지 약 4개월 동안 줄곧 2.16%에 머물렀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이날 현재 2.49%에 달한 상태다. 이는 3월6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신한은행의 ‘탑스 CD연동 정기예금’ 잔액은 6월 7,766억원에서 3조5,000억원(8월20일 기준)을 넘어섰다. 우리은행의 회전식 ‘키위예금’ 잔액도 3월 3,863억원에서 2조6,000억원을 넘었다.
은행들은 또 연 6%대 고금리로 예치한 20조원의 정기예금 만기도래를 앞두고 예금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고금리상품 경쟁에 돌입했다. 반면 중기대출은 옥죄고 있다. 18개 은행의 7월 말 기준 중기 대출잔액은 438조8,00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2,2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출구전략에 대한 공감대가 퍼지면서 국내 은행들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달 초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 등 국내 은행들의 CDS 프리미엄은 140bp(1bp=0.01%포인트)대에서 결정됐지만 지금은 160~170bp대에서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