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겨울 에어컨 시장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예약판매에 돌입한 양사는 최근 각 사가 발표한 판매대수에 대해 서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 하지만 양사 모두 객관적인 근거 없이 경쟁사의 실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소모적인 비방전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8일 LG전자는 2월 들어 에어컨 판매대수가 평일에는 평균 2,000대, 주말에는 성수기 수준인 1만대 이상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8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측은 “통상 에어컨 예약판매는 매년 40~50% 증가해왔는데 올해 380%나 급증해 담당자들도 깜짝 놀라고 있다”며 “지난해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데다 올해 사상 최악의 무더위가 예상돼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가 발끈하고 나섰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LG전자 주장대로라면 올 에어컨 예약판매는 LG전자만 했다는 것인데 이는 말이 안된다”며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에어컨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배나 증가했는데 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삼성전자가 1월 예약판매 실시 이후 일주일간 하루 평균 800대 이상을 팔았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는데 이는 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십 년간 국내 에어컨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해온 LG전자의 당시 하루 평균 판매량은 100대 정도였다”며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렇게 바뀔 수 있는지 오히려 경쟁사 쪽에 되묻고 싶다”고 맞받아쳤다.
문제는 양사 모두 정확한 근거 없이 비방전을 펴는 데 있다. 실제 양사 모두 구체적인 판매대수 공개를 꺼리는데다 신뢰할 만한 에어컨 시장 조사기관도 없기 때문이다. 양사의 제품을 모두 판매하는 하이마트의 경우 올해 에어컨 예약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양사의 주장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한 유통업체 가전담당 바이어는 “에어컨 시장 선점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가전업체간 헐뜯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올 여름 무더위를 감안할 때 에어컨 판매 증가율을 20% 정도로 보는 게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