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동우 ㈜나노 대표 "제자 일자리 위해 시작한 회사,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했죠"

탈질촉매기술 상용화로 16년 만에 370억 매출고

20나노급 이산화티타늄 글로벌 톱 기술력 보유

선박시장 호재 기대감… 올 매출 650억 부푼꿈

신동우 나노 대표가 20일 경상북도 상주시 본사 공장에서 제품의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정민정기자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이 지방대 출신이란 이유로 취업 전선에서 소외되는 현실이 견디기 힘들어 직접 창업에 나선 이가 있다. 제자들을 취업시키려고 발버둥 치기보다는 직접 기술을 개발하고 인재를 채용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창업의 발단이 됐다. 제자 세 명을 데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첫 발을 내디딘 지 16년 만에 300여명의 직원을 두고 37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신동우(55) ㈜나노 대표다. 신 대표는 1999년 진주에 있는 경상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과 실험실에서 제자 3명이 함께 창업에 나서 지금은 탈질 촉매(SCR) 분야 세계 1위 기술 회사로 키워냈다. 20일 경상북도 상주시 청리일반산업단지에 있는 나노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신 교수는 "제가 지도했던 학생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서 안타까웠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지방대 출신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더욱 줄었고 그나마 운이 좋아 삼성 등 대기업에 들어가더라도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정해져 있어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고 창업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물론 처음부터 구체적인 창업 계획을 갖고 시작했던 건 아니었다. 공부할 형편이 되지 않아 한 학기 비닐하우스에서 일해 번 돈으로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는 한 학생의 딱한 사정을 듣고 프로젝트를 계속 따내면 학생들이 휴학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생각에 실험실 창업에 나선 것이다. 나노가 정상 궤도에 오른 것은 2005년이다. 창업 후 6년은 다양한 국책 연구 과제에 참여하며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면서 간신히 회사를 꾸려나갔다. "단기적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김대중 정부 때 대학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교수가 법인 대표를 겸임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저 역시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나노의 기술 개발도 함께 할 수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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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나노의 핵심 기술인 탈질 촉매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었다. 탈질 촉매제의 주 원료인 이산화티타늄을 종전 200나노미터의 10분의 1 수준인 20나노미터급으로 잘게 나눠 이를 재료로 사용하는 기술을 확보했던 것. 탈질 촉매(SCR) 기술은 대기 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것인데 나노는 필요한 소재인 이산화티타늄 생산부터 완제품 생산, 재생, 평가까지 전 공정에 대한 특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나노의 대표적인 제품은 하니콤(Honeycomb)과 플레이트(Plate) 두 가지다. 벌집 모양의 촉매 필터인 하니콤은 주로 선박용 엔진과 자동차, 발전소 등에 공급된다. 플레이트 타입은 금속 코팅이 이뤄진 촉매 필터로 발전소에만 적용된다. 특히 촉매 필터 산업이 교체 주기가 2년으로 짧아 수요가 지속되는 데다 관련 특허와 기술력을 확보하는 게 까다로워 진입 장벽이 높다. 촉매 필터 제작의 소재로 쓰이는 이산화티타늄은 중국 윈난성에 있는 나노의 100% 자회사인 쿤밍법인에서 전담한다. 지난 해 12월 준공한 쿤밍 공장에서는 연간 1만톤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 법인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원료 확보와 저렴한 인건비를 꼽았다. 그는 "티타늄이나 텅스텐 광산이 주로 중국에 있는데 베트남 위쪽에 있는 윈난성은 양질의 광산이 다량 매장돼 있고 인건비도 상하이나 칭따오 등 이미 발달한 대도시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선박 시장에서 호재가 기대되고 있다. 내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에 나서면서 선박용 촉매 필터 시장이 내년 4,255억원에서 2020년 1조5,674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노는 기존의 필터 기술의 적용 영역을 넓혀 앞으로 수(水) 처리 분야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신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넓은 정수처리장에서 여러 가지 화학 물질을 넣어 정수를 하지만 일본은 공장에서 직접 필터로 정수해서 강물에 내보내도록 하고 있다"면서 "나노가 공기 정화를 위해 개발한 필터는 원료만 달리하면 수 처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70억원의 매출액과 4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나노는 올해에는 650억원 매출과 7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대표는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내년에는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률 15%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시장 개척에 나서 3~4년 이내 매출 3,000억원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코스닥 시장 상장에 나서는 올해는 회사 성장에 올인하기 위해 연말께 교수직도 내려놓을 계획이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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