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전쟁 (랑셴핑 지음, 비아북 펴냄)<br>美·유럽 등 거대자본·독점연맹… 철강 등 中 경제 절반 이상 장악<br>"1인당 GDP 日 25% 밖에 안돼 G2로 부르는 것은 착시현상"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신제국주의 시각으로 조명한 책이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로 급부상하고 있다지만 실상 미국과 유럽이 거대자본과 독점연맹을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경제식민지화하고 있으며 중국도 이런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까칠한 시각을 견지한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가 이미 중국 GDP의 43%를 차지하는 철강산업과 GDP의 11.3%를 차지하는 농업시장을 장악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몬산토는 유전자 변형 옥수수 종자를 중국 광시성 사람들에게 특허 비용을 받지 않고 거의 무료로 나눠주고 재배하게 했다. 그 종자는 생산량이 높고 단가가 낮은데다 병충해에 강해 농약 사용량이 현저하게 낮아 농민들로부터 크게 환영받았다. 그러나 이 몬산토 옥수수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농민이 재배하고 생산한 다음 얻은 종자를 다시 심을 경우 3대 이후에는 생산량이 대폭 하락한다는 점이다. 또 1∼2년간은 A 병충해를 막아낼 수 있지만, 2∼3년 후에는 B, C, D, E 병충해가 나타나 농약을 더 많이 사야 하는데 이 농약을 생산하는 2곳 가운데 하나가 몬산토다."
그간 중국관료들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해왔던 랑셴핑 홍콩 중문대학교 석좌교수가 '자본전쟁'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 중 일부다. 저자는 레닌의 '제국주의론'에 나오는 제국주의 5단계가 오늘날 자본시장에도 적용되며 서양의 자본과 독점연맹으로 대변되는 '신제국주의'가 중국경제를 잠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제국주의가 전쟁을 통한 '영토 식민지'였다면 신제국주의는 자본과 독점연맹을 통한 '경제 식민지'로 나타나고 있다는 시각이다. 과거 중국의 문호를 개방하기 위해 서구가 시도했던 아편전쟁 같은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내 프랑스의 물 공급 시스템, 미국과 호주의 철광석 독점 등이 사례로 제시된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고 있지만 1인당 GDP를 보면 2010년 기준 4,500달러로 미국과 일본의 4분의 1수준이다.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극빈층이 4,500만명 규모에 달한다. 저자가 중국을 G2로 부르는 것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중미전쟁''부자중국, 가난한 중국인'을 쓰기도 했던 저자의 국수주의적인 면이 많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막강한 서구의 자본력 앞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것은 21세기 신제국주의의 본질을 이해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구가 만들어놓은 신자유주의 시장과 효율성 위주의 원칙에 대한 회의를 통해 게임의 룰을 만드는 룰-메이커(Rule Maker)로 도약하기 위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적인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현 글로벌 시대에 게임 법칙의 제정자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인민일보의 시각, "환상을 버리고 투쟁하라"는 마오쩌둥의 말과 유사한 처방이다.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