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서 엇갈린 대안을 내놓고 있다. 여당은 증세 논의에 앞서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등 복지에 대한 구조조정이 먼저 논의된 후 증세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법인세 인상 등 부자감세 철회를 통해 복지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야가 증세와 복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복지시대에 진입하는 시점에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복지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면서 "유럽과 일본은 이 과정이 부족했기 때문에 복지과잉으로 인해 국가 재정건전성이 아주 나빠졌다"고 복지구조조정론에 힘을 실었다. 원유철 신임 정책위의장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무상급식·무상보육의 예를 보더라도 (무상 복지정책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면서 "이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를 통해 세수증대 효과를 간접적으로 거두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로 맞서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연설에서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바대로 0~5세 무상보육과 교육, 고교 무상교육, 학급당 학생 수 경감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육재정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날 김 새누리당 대표가 제기한 복지구조조정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세수확보 차원에서 재정난 해결 방안으로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 등의 개혁을 주문한 데 대한 정반대의 처방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우 원내대표는 특히 "김 대표가 저부담 저복지로 갈 것인지, 고부담 고복지로 갈 것인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범국민 조세개혁특별위원회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