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점점 모호해지는 비선실체, 언제까지 정치공방만 하나

정국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청와대 비선(秘線)의 실체 여부가 시간이 흐를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권력암투의 당사자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른바 정윤회씨와 청와대 3인방에 대항하는 조응천 전 비서관 등의 '7인 모임' 자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진술의 진위 여부야 검찰이 가리겠지만 앞서 '십상시' 모임에 이어 관련자들의 모임이 모두 실체가 없어 이번 사건이 말 그대로 '찌라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새삼 확인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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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으로 촉발된 이번 사건은 꼬리가 몸통(본질)을 흔드는 전형적인 '왝더독'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진영논리에 매몰된 일부 언론은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박 회장의 검찰 출석을 권력형 비리의 재연으로 기정 사실화하며 대중의 호기심만 자극하고 있다. 야당은 이를 받아 정치공간에서 더욱 확대 재생산하면서 시빗거리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회 본연의 입법 기능이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기국회 종료 후 시급한 경제·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소집된 임시국회는 정작 현안인 공무원연금법, 부동산 3법, 서비스산업기본법 등에 대한 입법 논의를 한 발자국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연내 처리하기로 한 공무원연금 개혁은 슬금슬금 내년 상반기 처리까지 늦춰지더니 야당은 아예 '탄력 처리'를 주장한다.

국정 최고위층에 비선이 존재했는지 여부와 이들이 국정개입을 했는지는 반드시 한 점 의혹 없이 규명돼야 한다. 그러나 검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 또한 경계해야 마땅하다. 국회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 청와대 비선 못지않게 경제와 민생을 위해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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