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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올해 2·4분기 수조원대의 손실을 실적에 반영할 것이라는 사실이 서울경제신문의 보도로 알려지면서 고재호 전 사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듯한 성토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채권단 등 금융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말들을 종합하면 고 사장이 연임을 위해 의도적으로 손실을 숨기고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지난 6월 취임한 정성립 신임 사장은 전임 사장의 숨겨진 부실을 찾아내고 회사를 정상화하는 중심인물로 그려지면서 두 사장 간 명암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대우조선을 중심으로 조선 업계에서는 고 전 사장의 의도성에 대해 '그럴 수 없다'는 반응이다. 수주산업인 조선업의 특성상 이 같은 실적 처리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 고 전 사장이 실적 은폐의 주도자라면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방관자·공조자라는 것이다.
15일 고 전 사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무거운 목소리로 "회사를 떠난 상황에서 의견을 말씀드리기 어려운 입장임을 널리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최근 대우조선 실적 충격과 관련해 고 전 사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고 전 사장은 "거듭 양해를 부탁한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최근 자신에게 대우조선 실적 부진의 책임이 몰리는 현상에 대해 상당한 마음고생과 불편함이 녹아 있는 목소리였다.
대우조선 내부에서도 일방적으로 고 전 사장에 대한 책임론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사례에서 보듯 경영진 교체 시점이나 특정 시기의 대규모 손실 반영은 조선업의 특징이지 최고경영자(CEO) 성향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인도 시점에 배 값 대부분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과 건조 기간 중 계약 변경이 잦게 일어나는 해양플랜트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전임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부실 반영을 미뤘다는 데 대해 대우조선의 한 관계자는 "산은 출신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있는 이상 불가능하다"며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선 분야에서 세계 발주물량의 절반이 넘는 37척을 수주한 점은 분명한 성과"라며 "일시적인 대규모 손실을 고 전 사장 탓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