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7,297야드)에서 개막하는 올해 디 오픈에서는 매킬로이가 발목 부상으로 기권하는 바람에 조던 스피스(22·미국)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고 있다. 매킬로이와 스피스 둘 다 22세에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22세의 매킬로이가 US 오픈 우승의 기세로 디 오픈 제패에 도전했던 것처럼 올해 22세인 스피스에게도 6월 US 오픈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마스터스·US 오픈을 차례로 정복한 다음이니 스피스에게 쏟아지는 기대가 2011년의 매킬로이보다 크다고 볼 수도 있겠다.
2011년 디 오픈 개최지는 북아일랜드 로열세인트조지GC였다. 올해는 '골프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다. 2010년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에서 매킬로이는 공동 3위를 했다. 스피스는 세 번째 디 오픈 출전이지만 올드코스 경험은 사실상 처음이다. 아마추어 시절이던 4년 전에 한 라운드를 쳐봤을 뿐이다. 콧대 높은 디 오픈은 4년 전 매킬로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차세대 황제에게 굴욕을 안기려 할 것이다. 하지만 개막 전 전망은 스피스에게 무척 우호적이다. 스피스라면 디 오픈의 저주를 이겨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무엇보다 스피스는 마스터스·US 오픈 연속 챔피언이다. 잘 알려졌듯 마스터스 코스인 오거스타 내셔널은 유리판 그린으로 악명높은 곳이고 올해 US 오픈을 개최한 체임버스 베이는 울퉁불퉁한 그린으로 여러 선수들의 불만을 끌어냈던 곳이다. 하지만 퍼트에 강한 스피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라운드당 퍼트 수에서 스피스는 27.72개로 단연 1위다. 홀당 퍼트 수는 1.54개로 3위. 3퍼트 확률은 1.82%이며 보기를 가장 적게 범한 것도 스피스다. 2010년 디 오픈 우승자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이 스피스의 짧은 거리 퍼트 방법을 보고 배울 정도다. 스피스는 쇼트 퍼트 때는 볼을 보지 않고 홀을 쳐다본다.
이언 폴터(잉글랜드)는 "스피스는 퍼트에 물이 올랐다. 최고다. 그것은 곧 디 오픈 우승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올드코스의 그린은 광활하기까지 하다. 맷 쿠차(미국)는 "스피스는 약점이 없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그렇다"고 했다. 자폐증이 있는 여동생을 끔찍하게 보살피는 스피스는 고교 시절 만난 여자친구와 여전히 교제 중이다. 캐디(마이클 그렐러)와의 끈끈한 의리, 겸손한 언행 등 그의 이미지는 '모범 골퍼'다. 바람 등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골프장이 되는 올드코스에서도 스피스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은 "올드코스는 전략을 잘 짜야 하는 골프장인데 영리한 스피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드코스 첫 방문에 디 오픈을 제패한 선수로는 1995년 존 댈리(미국)와 1964년 토니 레마(미국)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