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고전에 빠지다
제3보(28~44)
결국 28로 끊는 길을 택했다. 지구전보다 급전을 선택한 것이었다.
급전이 상대방인 조훈현의 전공이긴 하지만 적의 약점을 뻔히 바라보면서 그것을 찌르지 않는다는 것이 어쩐지 기세에서 밀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끊어 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창하오의 이 결정이 그를 고전에 빠지게 했으니….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백28로는 가의 자리에 점잖게 뛰어나가야 했다. 그것이면 바둑은 이제부터였다. 실전보 28의 절단은 흑이 쳐놓은 함정에 스스로 뛰어든 우매한 처사였다. 다음은 창하오가 후일 토로한 고백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일찌감치 바둑을 그르쳤다. 서둘러 칼을 뽑을 자리가 아니었다. 몇수 지난 후에야 나는 그것을 깨달았는데 이미 때가 늦어 있었다.”
백30에 흑31이 유효적절한 공격수가 되었다는 사실이 접전의 포인트였다. 원래 이런 형태에서는 백이 참고도1의 백1로 급소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흑2 이하 8의 공격에 백이 곤궁해지는 것이다.
백34는 속수지만 다른 도리가 없다. 참고도2의 백3으로 붙여 수습하고 싶지만 흑4 이하 14의 반격이 기다리고 있다. 우하귀를 백이 통째로 잡으면 좋겠지만 흑16의 반발이 있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10/11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