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며칠 전 한 조찬강연회에서 금융시장의 문제점들을 적시한 것을 두고 한 나라의 경제를 총괄하는 당국자로서 좀 한가한 얘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권 부총리는 금융시장의 4대 불안요인이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외화대출, 부동산 관련 대출 등이라며 대출 쏠림현상 때문에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가계부실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될 것이고 한국 경제가 또 한번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던 터라 권 부총리의 발언은 새로운 게 아니다.
문제는 경제난이 갈수록 악회되고 있는데도 이를 해결할수 있는 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가계든, 기업이든 대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돈을 차입하는 게 유리하거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출이 왜 늘어날 수밖에 없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정책처방을 내놓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권 부총리는 불안요인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경제 리스크가 커지지 않도록 상시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이 이미 그 같은 관리기능을 맡고 있는데도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몇 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달 들어서도 대출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더구나 권 부총리의 발언은 앞으로 정부가 대출창구를 더 좁힐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대출수요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자칫 불안감을 조성해 불확실성만 증폭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대한상의가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111명을 대상으로 새해 경제전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6%가 정권이 바뀌는 오는 2008년 이후에나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왜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환율과 부동산 가격,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등 경제 내적 원인 외에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정책, 대선을 앞둔 정치불안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바로 이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 해법을 제시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점의 지적이 아니라 해결방안 제시가 절심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