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훈(사진) 삼성카드 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 직후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경쟁자인 현대카드를 제치기 위해서였다. 이건희 회장이 직접 금융사의 경영 상황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적 전략은 전방위에 걸쳐 진행됐다. 그룹 계열사의 법인세를 삼성카드를 통해 납부하기 시작했다.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매출은 급증했다.
그리고 이어 이번에는 또 하나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계열사 공장의 건설 대금을 삼성카드 결제로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분기에만 수천억원의 매출이 일어나게 됐다. 역시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노마진 거래'다.
자연스럽게 무리수라는 업계의 지적이 나왔고 가뜩이나 정부 당국이 그룹사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화살을 겨누고 있는 시점에서 '외줄타기 경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격적 영업전략이라는 긍정론과 도 넘은 실적관리라는 부정론이 혼재하고 있는 셈이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신공장 건설대금의 카드결제를 유치했다. 삼성카드는 현금으로 이뤄지던 전자어음을 카드결제로 유치했다.
결제는 분기별로 이뤄지며 금액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MD 공사 대금은 내년에는 규모가 조원대로 수직 상승할 예정이어서 매출 기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카드는 이외에도 삼성그룹 관계사, 주요 우량법인, 중대형 운송업체 등의 전자어음결제도 유치하는 등 B2B(기업간거래)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삼성카드의 외형확대 노력은 연초부터 이어져왔다. 이는 실적에서 확인된다.
삼성카드는 3ㆍ4분기에 54조2,475억원의 신용카드 취급액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21.5%가 늘어난 수치다. 반면 영업이익은 783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2% 급감했다. 회사 측은 마케팅 비용 등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법인물량이 증가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대형 카드사의 고위 임원은 "법인물량은 전형적인 노마진 거래로 매출을 늘리는 효과는 탁월하지만 영업이익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다"며 "삼성카드가 연초부터 B2B 영업에 집중한 것은 업계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나머지 카드사들의 심기는 불편하다. 특히 계열사 수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은행계열 카드사들의 불만이 크다. 특히 삼성카드의 라이벌인 현대카드의 경우 외형경쟁이 소모적이라 판단하고 전략을 수정했다. 정태영 사장은 얼마 전 내부직원들에게 "실익 없는 외형경쟁은 지양하고 내실을 키우는 데 집중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재벌그룹 계열 카드사들도 큰 관심을 두지 않을 정도로 법인물량은 수익성이 좋지 않다"며 "시장에서는 삼성카드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순익은 사실상 포기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