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엔 환율 800원대 시대… 우리 경제 준비돼있나

원·엔 재정환율이 23일 오전 100엔당 899원을 기록하며 7년2개월 만에 900선 밑으로 떨어졌다.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던 원·엔 환율이 마침내 900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국내 수출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원·엔 환율 하락이 전혀 반갑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우리 제품의 수출 가격 경쟁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수출 상위 100개 품목 가운데 일본 수출 상위 100개 품목과 겹치는 분야가 절반 이상이며 이들 품목의 수출이 한국 총수출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민간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올해 연평균 900원으로 내려가면 기업의 총수출은 지난해보다 8.8% 줄어든다. 올해의 환율전망이 이미 850원선까지 나와 있는 만큼 수출은 갈수록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수출은 이미 3개월째 감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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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최소한 2~3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해결책으로 인위적 시장개입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최근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라고 압박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 결국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단기대책으로는 중소기업의 환변동보험 가입을 독려해야 한다. 중소기업일수록 환변동보험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만큼 환변동보험료를 적극적으로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원·엔 선물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원·엔 환율이 원화와 엔화의 직거래가 아니라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 변화를 토대로 정해지는 구조여서 이에 따른 왜곡을 막고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살려갈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엔저를 위기 아닌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엔저는 수입 측면에서 보면 일본의 첨단기계 등 자본재를 사들여 우리 설비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기업이 더욱 신발 끈을 조여 매야 할 때다. 일본이 엔고 시절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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