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27일 박해춘(62·현 용산역세권개발 회장) 전 우리은행장이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8년 당시 국민은행을 상대로 C&그룹에 대출청탁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중수부는 농협이 C&그룹에 백화점 신축비 명목으로 수백억원대의 특혜성 대출을 해준 혐의를 잡고 농협 측에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의 C& 비자금 및 로비 의혹 수사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박 전 행장은 2008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국민연금이 KB금융(국민은행) 주식을 더 사줄 수 있다며 국민은행 측에 C&그룹 계열사에 대한 추가 대출을 부탁했다. 국민연금은 2008년 9월 KB금융지주 주식 5.03%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며 2008년 말에는 지분이 6.53%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검찰은 국민연금이 KB금융지주 주식을 5%가량 보유한 대주주였다는 점에서 박 전 이사장의 당시 청탁이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부당대출압력 행사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행장의 청탁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의 추가 대출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민연금의 KB금융 지분도 줄어 올해 초에는 4.98%로 떨어졌다.
검찰은 박 전 행장의 동생 박택춘(60)씨가 2007년 3월 C&그룹 계열사인 C&중공업 사장에 발탁된 점을 감안할 때 박 전 행장이 C&그룹 금융권 로비의 핵심 창구 역할을 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검찰은 최근 C&그룹에 총 1,586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진 농협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 C&백화점 건립사업에 500억원을 대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농협은 우리은행(2,274억원)에 이어 C&그룹에 두 번째로 많이 대출해줬으며 이 과정에서 부실대출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농협 측은 당시 대출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관련자료 제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