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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을 철거민 대하듯 하고 있다.”
서울연극제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갑작스러운 극장 폐쇄 조치와 관련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박장렬 서울연극제 집행위원장은 13일 동숭동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35년 동안 연극을 지지해 온 대학로의 대극장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버린 아르코 예술극장에 유감”이라며 “폐쇄 조치의 정당성을 묻는 감사 청구와 함께 재산·정신상의 손해 배상 책임을 구하는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극제에 따르면, 공연예술센터는 연극제 개막 하루 전인 3일 공문을 보내 연극제 공연장 중 한 곳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폐쇄 방침(4월 13일~5월 17일)을 밝혔다. 지난 3월 10일 발견된 공연장 구동부의 이상으로 긴급 점검 및 보수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서울연극제는 이곳에서 연극제 참가작인 ‘예고부고장(4월 23~29일)’과 ‘물의 노래(5월 3~9일)’ 공연을 올릴 예정이었다. 공연예술센터는 이와 함께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예정작이던 ‘청춘, 간다’에 대해서도 ‘대관 확정상태가 아니다’며 티켓 판매 및 극장명 표기 홍보 중단 요청 공문을 보냈다. 박 위원장은 “공연예술센터가 대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 믿고 기다렸는데, 센터가 제시한 대체극장은 모두 소극장이고 일정조차 맞지 않았다”며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올릴 예정이던 연극 3편을 센터의 대체극장이 아닌 자체 마련한 대학로 소재 소극장에서 공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극제 집행부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관을 담당하는 문화예술위와 공연예술센터를 상대로 감사원 공익 감사를 청구하고 민형사상 재산·정신적 손해를 묻는 법적 대응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태수 서울연극제 감사는 “공익감사를 통해서는 센터가 밝힌 바와 같이 아르코대극장의 중대한 이상을 발견한 시점인 3월 10일부터 4월 10일까지 안전점검을 실제로 철저하게 진행했는지, 극장 폐쇄 기간인 4월 13일부터 5월 17일까지가 안전을 충분히 검사할 수 있는 기간인지를 묻겠다”고 밝혔다. 연극제 파행에 따른 재산·정식적 손해를 묻는 민형사상 법적 대응도 이주 안으로 진행하고, 문제가 된 공연장 구동부 모터 제조사인 이탈리아 MGM사에도 모터의 결함과 점검 소요 시간 등에 대해 묻는 공개 질의서를 보내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문화예술위와 공연예술센터의 파행 행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집행부와 삭발식을 진행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 집행부로서 마음이 아프고 참가 단체에도 미안하다”며 “논란이 커지는 동안 단 한 번도 얼굴을 내비친 적 없는 유관 단체장들에게 유감일 뿐”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