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부총리가 현행 공모제 방식의 은행 CEO인사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부총리는 금감위원장 시절 청탁을 배제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행장추천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현행 인사시스템의 토대를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그런 이 부총리가 은행장 인사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현행 공모제 방식이 공정성과 투명성에만 집착하다 보니 적재적소에 능력있는 사람이 배치되지 못해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는 판단이 선 듯하다.
이 부총리는 4일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현행 공모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행장추천위가 후보자를 단기간에 졸속으로 심의할 수 있는데다 정작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예 공모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적임자를 뽑기보다는 결점이 상대적으로 적은 무난한 인사를 선정한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현행 공모제를 `제한된 환경에서의 선택(selection)제`로 표현하면서 앞으로는 은행CEO는 오랫동안 충분한 검증을 거치는 `탐색(search)시스템`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개선하기는 어렵지만 연내로 시간을 갖고 제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대주주이거나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장 인선은 정부가 책임을 지고 인사의 주도권을 행사, 이른바 `이헌재식` 인사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불거지고 있는 낙하산 인사시비와 이헌재 사단중용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유력하다. 실제로 이 부총리는 브리핑을 통해 “그 동안 불공정성과 낙하산에 대한 지적이 있으나 재경부 간부들은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평도 있다”며 소개했다. 재경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공모제를 하다 보니 능력 없는 인사가 이곳 저곳에 쑤시고 다닌다”며 특정인을 지목해서 원색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 사장 인선 등 최근의 금융기관장 인선과정에서 `모피아`는 무조건 안 된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점을 경계하고 행장추천위가 그 동안 책임감과 능력있는 인사를 뽑지 않았다는 간접적인 비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