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정치적 흐름" "전문성 분화에 역행" 엇갈리는 평가 속<br>朴시장 성공 여부가 첫번째 가늠자 될듯
 | 박원순 서울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최흥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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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주당과 한나라당 후보를 차례로 누르고 최종적으로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과거 시민단체들이 정치 영역 바깥에서 한국 정치 행태를 비판하고 정치인들의 부정 부패를 고발하는 역할을 해왔다면 최근에는 링 안으로 들어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 안으로 들어온 시민단체들의 행보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과거에는 정치 바깥에서 '감시자'로=그동안 시민단체들은 광우병 파동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정치 이슈와 함께 움직였지만 어디까지나 정치 영역 바깥에서 활동을 전개해왔다. 일례로 한미 FTA 타결이나 재협상이 이뤄졌을 때 보수와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각각 찬반 집회를 조직해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 시기에도 마찬가지다. 참여연대ㆍ환경운동연합ㆍ문화연대 등이 참여한 총선연대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낙천ㆍ낙선 운동을 통해 외부에서 정치인을 검증하는 역할만을 담당했다.
◇현재는 정치 안에서 '행위자'로=요즘 나타나는 시민단체의 정계 진출은 조직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박 시장의 '희망캠프'에는 하승창 '희망과 대안' 상임운영위원장과 송호창 대변인 등 시민단체 인사들이 핵심 멤버로 참여해 선거 전략부터 정책까지 책임졌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도 정치 쪽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형근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내정자는 소속 회원들이 정치권에 들어가는 것을 장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의 새 실험, 성공할까=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평가는 양분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내부적으로는 순수 시민운동과 정치 시민운동의 분화, 외부적으로는 정당 정치의 위기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당연한 정치적 흐름임을 역설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자 자기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분화하는 추세인데 (시민단체 인사가 정치에 진출하면) 이것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부정적 뜻을 내비쳤다.
당장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첫 번째 가늠자는 '박원순이 꾸리는 서울'의 성공 여부에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 시장은 일자리 육성을 위한 사회투자기금 조성과 마을 공동체 생태계 조성 등 오 전 시장과 구별되는 정책들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 정치 전문가는 "시민단체들의 정책이 참신하지만 실현 가능한지 검증된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 수준에서 그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진행 중인 야권 통합 정당의 성사 여부도 주목된다. '내가 꿈꾸는 나라'와 '국민의 명령' 등이 모인 '혁신과 통합'은 오는 2012년 총ㆍ대선 승리를 목표로 야권 정당들을 '혁신적 통합 정당'으로 결합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통합 과정에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기존 정치권처럼 반목과 갈등만 반복한다면 내년 총ㆍ대선에서 심판의 화살이 시민사회세력에 쏠릴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