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상장지수펀드(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된다. 해외 지수와 원유, 30년짜리 초장기(만기 10년 초과) 국채를 기초로 한 다양한 파생상품의 상장도 추진된다. 또 개인투자자가 별도의 예탁금을 내지 않아도 일부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된다.
금융위원회는 22일 파생상품 다양화와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파생상품 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금융위는 거래소에 상장된 파생상품의 종목 수(31개)가 적은데다 주가지수 관련 상품에 편중(17개)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더 많은 상품의 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의 초점을 맞췄다.
일단 거래량이 많은 주요 ETF를 기초로 한 선물(미리 결정된 가격으로 미래 일정 시점에 매매할 것을 약속한 거래) 상품의 상장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2002년 10월 등장한 ETF는 초기에 시장 안착이 어려웠지만 수수료가 낮고 거래가 용이한 장점을 바탕으로 최근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규모는 24조원에 이른다.
금리·통화 관련 선물의 종류도 늘리고 국내 투자 수요가 높은 해외 주요 파생상품(인도·홍콩 주가지수 등) 상장도 추진한다. 현재 7개인 섹터지수(특정 업종의 주가 흐름을 반영한 지수) 선물 상품은 생활소비재, 철강 및 소재, 산업재 등 3개 산업군을 추가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헤지 전용계좌’ 제도를 만들어 일반투자자가 의무교육 30시간과 모의거래 50시간을 이수하면 예탁금 없이도 파생상품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대신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이나 ETF에 대해 헤지(위험 회피)할 목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해 보유 주식 가치가 떨어져도 옵션(특정 자산을 미래의 일정 시점에 사고 팔 권리) 거래를 통한 손실 방어가 가능해진 것이다. 금융위는 헤지 전용계좌의 도입을 통해 소액 개인투자자도 금융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위험 관리 전략을 취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손실 위험이 비교적 제한적인 옵션 매수 투자에 대해서도 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낮추고 의무교육도 20시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모든 선물·옵션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투자자 자격 요건은 예탁금 5,000만원과 파생상품 계좌 개설 1년 이상 등 기존 진입 장벽을 유지한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예탁금 제도는 개인의 지급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로서 일률적 폐지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획일적인 일부 규제만 합리적으로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물·옵션의 기본 거래단위(승수)는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낮아진다. 선물·옵션 1계약에 기본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자금이 절반으로 줄어든 만큼 소액 개인투자자의 투자 참여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