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유명 쇼핑몰 ‘임블리’에서 판매한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발견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임블리’를 대표하는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의 안일한 대처가 오히려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상무는 개인 인스타그램에서만 81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소위 ‘인스타 셀럽’으로 ‘임블리’를 키운 장본인이다. 그는 ‘임블리’의 공식 계정보다 더 많은 팔로워와 소통하며 SNS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댓글 삭제와 차단이라는 다소 무책임한 태도로 접근해 소비자들에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변명에 글 삭제까지… 사태를 키운 ‘임블리’
임지현 상무는 지난 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2일 고객분이 임블리 사이트에서 4개월 전 호박즙을 구매하셨고 어제 호박즙 입구에서 곰팡이로 보이는 이물질이 있다고 하셨다”며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고 전량 환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말 그대로 힘들었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인 소비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처음 곰팡이를 발견했을 때 임블리 사이트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보상은커녕 게시판과 임 상무의 개인 인스타 계정에 댓글을 남기는 족족 삭제되는 황당한 상황도 겪었다. A씨는 “지워질 거 알아도 올린다”며 “곰팡이와 이물질을 발견해 게시판에 올리니 원물질이 달라붙어 생긴 현상이라는 변명을 하며 먹은 것을 제외하고 남은 수량만 교환해주겠다고 답변이 왔다. 보통 과자에도 이물질이 나오면 합당한 보상이 오는데 잘나가는 쇼핑몰이니 저 하나쯤은 안 사도 그만인가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댓글 역시 현재는 삭제된 상황이다.
댓글이 삭제되자 해당 소비자는 댓글 캡처본과 임블리 측에서 받은 문자 사진 등을 첨부한 게시글을 계속 올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임블리 호박즙 곰팡이’이라는 사건이 알려지게 됐고 결국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기까지 했다.
■다른 피해자도 있었는데 사건 묻었나
곰팡이 사건이 크게 알려지자 ‘이런 반응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소비자가 더 등장하며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소비자 B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3월 초에도 임블리 호박즙에서 곰팡이를 발견해 문의했고 원인을 알기 위해 반품했지만 환불 이후 한 달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1월 배송받았고 3월 8일 곰팡이를 발견했다”며 “성분검출을 위해 반품했지만 연락 한 번 받지 못했고 꼭 이렇게 알려져야만 알 수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임블리의 모든 제품은 자신의 손을 거친다’며 자신만 믿으라고 큰소리치던 임 상무가 이 사안에 대해서만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에 분노하는 모습이다. 원활한 소통으로 쇼핑몰을 키워왔으면서 정작 소통이 가장 필요한 순간 무책임한 태도로 돌변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아울러 임 상무가 이 사안에 대해서는 “4개월 전 구매하신 부분이라 바로 확인이 불가하다”는 댓글을 남겼다는 점이 더 문제를 키웠다. B씨가 “나는 1월 구매자”라고 반박했지만 임 상무는 답변하지 않고 해당 게시글의 댓글 기능을 차단했다.
■CS 개선한다며 댓글은 삭제… 앞뒤 다른 태도가 분노 더욱 불붙여
임블리 이용자들은 CS 직원들의 앞뒤가 다른 태도에도 황당해하는 중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임 상무는 결국 개인 SNS를 통해 “CS 문의를 하시면 다 처리해드리겠다”는 취지의 글을 썼지만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한 공식 SNS 계정에는 4일 오전까지도 아무런 공지글이 올라와 있지 않은 상황이다. 애초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 A씨에 따르면 “CS 팀장과 통화했을 때는 문제를 시인했는데 임 상무는 밤에 내 댓글을 지웠다”고도 했다. 다른 소비자 역시 “모두 환불해준다고 했다가 CS에서는 주문 건당 1박스만 환불 가능하다고 했다”며 “환불 기준을 문의하니 공식 계정에서 연락이 와 개인정보를 가져가더니 4시간째 감감 무소식”이라고 비판했다.
■“물건 팔 때는 활발하던 소통이 환불 문의에는 무책임”
이번 사태에 소비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이유는 임 상무의 안일한 대처다. 현재 임 상무는 자신의 개인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으며 기존 팔로워의 비판 댓글이 계속 달리자 게시글의 댓글 기능을 제한했다. 현재 임 상무의 계정은 사태 이전부터 팔로우를 하고 있었던 이용자들만 확인할 수 있다. 한 소비자는 “임 상무가 논란을 조장하는 댓글을 삭제한다며 이번 사태에 대응했는데 사실 공식적이고 정당한 CS 문의에 대한 댓글을 삭제함으로써 정작 본인이 논란과 불안감을 더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오전 임 상무가 직접 남긴 댓글도 논란을 일으키는 중이다. 그는 호박즙 곰팡이에 대해 이렇게 썼다.
“정말 적은 확률이고 예를 들면 편의점에 가서 우유가 팽창되어 있는 거 보셨지요? 아마 잘 닫히지 않아 공기와 만나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통과 보관 중에 생길 수 있는 확률입니다. 그러나 이 적은 확률도 저는 블리님들이 알아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알려드렸어요”
임 상무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지만 팔로워들은 “이 상황에서 죄송하다는 말도 없이 ‘적은 확률’을 운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임블리 제품은 임 상무 개인을 믿고 구매했는데 협업한 ‘김재식 헬스푸드’의 내용증명을 보냈다고만 하면 끝이냐”는 댓글도 존재한다. 앞서 임 상무는 기존 “김재식 박사의 호박즙과 자사 호박즙은 차이가 있다”고 홍보한 적도 있다.
현재 ‘임블리’는 공식 계정과 임 상무의 개인 SNS를 통해 사과 게시물을 올린 상황이다. ‘임블리’ 측은 “정확한 안내를 위해 양사 간 회의 중이며 금일중으로 안내 드리겠다”고 밝혔다. 또 ‘임블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문의 게시판을 별도로 개설했으며 4,000건이 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늦장 대응’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곰팡이 사태’로 ‘소통’을 앞세우던 ‘임블리’의 기업 이미지에는 상당한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