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앞다퉈 각각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에 의원을 파견 보내는 이른바 ‘의원 빌려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4·15총선 ‘투표지 기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현역 의원 수를 한 석이라도 더 많이 확보한 당은 그렇지 않은 당보다 앞선 기호를 받아 정당투표용지 위 칸에 배치된다.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불출마 의원들을 만나 더불어시민당 파견과 관련한 의사를 타진하고 공식 요청했다. 윤 사무총장 등은 전날부터 물밑 설득작업을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는 제윤경·신창현·이훈·정은혜·원혜영·심기준·금태섭·이규희·손금주 의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 중 금·손·원 의원을 제외한 6명은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자발적 파견 의사를 나타낸 5선 중진 이종걸 의원까지 합하면 일단 7명의 현역 의원이 확보됐다. 회동에서는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현역 의원 파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교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 지도부는 다른 불출마 의원들의 추가 결단도 기다리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6선의 이석현 의원은 일찌감치 “연합정당의 기호를 위해 편법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고 5선의 원 의원은 지도부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4선의 강창일 의원과 3선의 백재현 의원도 파견은 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컷오프와 경선 패배 등으로 불출마하게 돼 공천 과정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의 반응은 더욱 싸늘하다. 민주당은 25일 의원총회를 열어 파견 의원 명단을 확정하고 파견 의원 중 비례대표 의원 제명 문제도 다룰 예정이다.
통합당 지도부 역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현역을 더 보내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김정훈 통합당 의원은 같은 날 미래한국당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통합당 안팎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한 여상규 의원과 김종석·송희경 비례대표 의원의 이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상황을 봐야겠지만 이적 의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원 대표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후 “총선에서 의석 26석을 얻는 게 목표”라며 “힘을 보태주실 통합당 의원 10여명이 계시다”고 밝혔다.
현재 통합당 출신 미래한국당 현역은 9명으로, 10명이 추가되면 의석수 19석을 차지하게 된다. 본래 원내4당인 미래한국당이 민주당과 통합당이 비례 후보를 내지 않는 틈을 타 비례정당 순번 2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10명 이상 이적하면 현재 21석인 민생당 의석수를 추월할 가능성도 있다.
비례정당 순번을 끌어올리면 득표율 증가뿐만 아니라 선거운동 자금 증액도 기대할 수 있다. 정치자금법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보조금 총액의 50%를 균등하게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에는 총액의 5%를,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인 정당에는 총액의 2%를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하정연·김혜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