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가난살이

이정록





과실나무는



해거리를 한다.

한 해는 많이 맺었다가

한 해는 적게 맺는다.

가난살이로 힘을 얻는다.

해거리가 어려우면

하루라도 가난살이를 하자.



한 끼니라도 걸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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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과 가방과 운전대를

이틀만이라도 내려놓자.

추위를 겪어야 꽃이 피는

엉겅퀴, 냉이, 꽃다지처럼

소나무, 동백나무, 산수유처럼

가난살이를 즐기자.

꽃눈에 힘 모으고.

해거리라 쓰고 풍작이라 읽는 법을 시인에게서 배운다. 가난살이라 쓰고 넉넉살이라 읽어 본다. 벽에 걸린 열두 달 달력 너머 다음 해 보는 법을 배운다. 계절의 오르막과 내리막 읽는 법을 배운다. 나무와 꽃만 저러하겠는가? 사람 사는 세상도 그러할 것이다. 얼마나 찬란한 봄이 오려고 지난겨울은 그리도 추웠던가. 밤이 깊다고 동틀 것을 의심하지 말자.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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