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박철범 칼럼] 트럼프 관세전쟁, 미국민에게 이익일까

■박철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무역장벽을 높여 수출 주도 개방경제인 한국의 수출을 감소시키고 한국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 세계 공급망의 붕괴로 한국이 수입하는 재화의 가격을 올려 물가상승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오락가락하는 행보는 불확실성을 높여 소비와 투자의 위축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험 중의 하나로 꼽히는 트럼프의 정책이 트럼프의 주장대로 미국민에게는 이득이 될까?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관세정책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과 같은 마약을 근절하기 위한 것이거나 파나마와 콜롬비아의 예와 같이 외교적·정치적인 목적이라면 관세를 무작정 인상하는 것이 비록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더라도 타국에 대한 위협은 될 것이다. 다만 현재와 같이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했다가 관세 인상을 일시적으로 유예한다고 하는 변덕스러운 행보를 반복한다면 종국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 공허한 위협으로 끝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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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촉발한 관세전쟁이 그의 주장처럼 타국의 조세 및 관세를 바로 잡아 경제적으로 미국민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인지도 회의적이다. 경제학에서 교역의 조건이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될 때 교역 당사자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다 준다. 경제원론에서도 강조하지만 교역이라는 것은 승자와 패자가 갈라지는 스포츠와 달라 한국이 교역의 이익을 보았다고 미국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은 모두 교역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다. 특히 교역의 당사자가 초강대국인 미국이라면 교역의 이익을 갈취하는 조건을 강요하는 국가는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국가 간 교역을 통해서 미국도 분명 교역의 이익을 보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트럼프의 급격한 관세 인상은 무역을 통해 싼 재화를 구입하던 일반적인 미국민에게 타격을 줄 것이다. 이 타격은 높은 관세로 보호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일부 제조업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상회할 것이라고 주류 경제학은 말하고 있다. 즉 일부 제조업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 미국민 모두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시작한 관세전쟁으로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고 나아가 공급망이 붕괴돼 미국도 물가상승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관세정책 자체가 미국민에게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정책을 시행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도 경제에 추가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트럼프는 멕시코·캐나다를 향해 관세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가 일시적으로 유예하겠다는 행보를 반복적으로 보이고 있다. 이렇게 일관성 없는 정책은 불확실성을 키워 경제를 위축시킨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투자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이나 내구재 구입 계획을 가진 소비자들 모두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투자와 소비를 연기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조셉 바브라(Joseph Vavra) 교수에 의하면 불확실성이 높을 때 기업들은 재화 가격을 더 자주 인상하며 이는 경제 전체의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관세정책에 세계 각국이 높은 관세로 대항한다면 내수 시장 규모가 큰 미국이 입을 피해는 한국과 같은 소규모 경제보다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종국적으로 미국 경제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미국 물가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경제를 진작시키기 위한 확장적인 통화정책도 경기 부양보다는 물가상승을 더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는 트럼프 정책이 야기하는 경기 위축과 물가상승을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변덕스러운 트럼프의 정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그 파장이 얼마나 클지 계측하기 쉽지는 않지만 최근 요동치는 미국 주식시장을 보면 투자자들도 트럼프의 정책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지 않다. 주식가격은 기업들의 미래 이익을 반영하고 있는데 최근 미국 주식가격의 급락은 앞에서 언급한 현재 트럼프 정책의 비관적인 귀결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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