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열린송현] 첨단기술로 무장한 K치안산업

■ 최주원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

美·中 등 공공안전 기술투자 늘려

국내도 치안산업진흥법 만들고

표준·사업화로 성장동력 키워야

최주원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 사진제공=경찰청최주원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 사진제공=경찰청




세계 질서는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바이오, 우주항공은 이제 개별 산업을 넘어 한 나라의 총체적 역량을 가늠하는 가장 민감한 바로미터로 떠올랐다. 기술이 경제안보와 외교 전략, 디지털 주권을 좌우하며 국력의 실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 거센 변화를 헤쳐 나가기 위해 특히 눈길을 끄는 분야가 있다. 과학기술 기반의 치안 산업이다. 치안 산업은 경찰의 보조 수단을 넘어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최전선이며 산업·안보·공공·민간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복합 전략 생태계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의 삶과 경제,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이 교차하는 중요한 가교라 할 만하다.



한반도는 여전히 육지 세력과 해양 세력이 맞부딪치는 지정학적 교차점에 서 있다. 고구려가 수·당의 공세를 견뎌냈듯, 오늘날 우리의 생존 동력도 외부 지원이 아닌 내부의 자강(自强)에서 나온다. 군사력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사회 내부의 불안과 위협에 대응할 치안력, 그리고 이를 받쳐줄 촘촘한 기술·산업 인프라가 국가 존립의 필수 조건이 됐다. 보이지 않는 국경보다 더 가까운, 이웃의 골목 구석구석에서 시작되는 위험을 관리할 수 있을 때 국가도 온전히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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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는 이미 다양한 첨단기술이 숨가쁘게 투입되고 있다. AI 범죄 예측, 드론과 순찰 로봇을 활용한 입체적 초동 대응, 군중 밀집도 실시간 분석, 디지털 포렌식, 생체·정신건강 모니터링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 활용을 넘어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 ‘내부 안보’의 최전선이다. 외부 침입은 군이 막지만 내부 위기는 경찰과 치안 기술이 책임진다. 둘째, 첨단기술의 ‘테스트베드’다.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가 도시 현장에서 실증돼 곧바로 세계 시장으로 확산되는 출발점이 된다. 셋째, ‘국민 신뢰’의 토대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이 확보될 때 국가도 정당성을 얻는다.

글로벌 흐름도 선명하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공공 안전·보안 기술 시장이 2030년 40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팬데믹 이후 경찰·재난 AI 투자를 가속했고 중국은 치안 로봇과 대규모 감시망으로 패권을 노린다. 일본·호주도 스마트관제 예산을 늘리며 추격 중이다.

치안 산업이 이렇게 중요하지만 법·제도 기반은 아직 빈약하다. 치안 산업을 제대로 키우려면 첫째, 치안산업진흥법 제정으로 기술 기반 치안 정책과 산업화 전략을 일체화해야 한다. 둘째, ‘실증·표준화·사업화’를 잇는 연구개발(R&D) 및 투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한국형 치안 기술을 동남아·중동·중남미에 수출할 글로벌 패키지를 설계해 K치안 모델을 성장 동력으로 키워야 한다. 넷째, 국제치안산업박람회(KPEX)를 기술외교 플랫폼으로 확대해 해외 정부와 투자자를 끌어와야 한다. 다섯째, 치안기술펀드와 민관 거버넌스를 함께 세워야 한다.

지금은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기술로 국가를 지키는 치안 패권’을 굳건히 할 순간이다. 치안 산업은 국민 안전과 사회 안정을 넘어 대한민국이 기술 주권을 완성할 마지막 전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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