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노후 자금을 운용하던 60대 A 씨는 지인 소개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빌딩에 위치한 ‘블록체인 교육센터’를 찾았다. “자사 가상자산이 상장되면 10배 수익이 난다”는 말에 B 씨는 5000만 원을 투자했지만, 몇 달 뒤 센터는 폐쇄됐다. 확인 결과 해당 사무실은 중간 브로커를 통한 ‘깔세’ 계약으로 운영되던 곳이었다.
최근 강남 테헤란로 일대를 중심으로 단기 임대 사무실을 차려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를 유인하는 다단계 행위가 기승을 부려 서울시가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깔세는 부동산에서 단기 임대로 전대차 계약을 맺는 걸 의미하는 은어다. 불법 금융 다단계 업체가 사무실이 집중된 지역에서 고수익 사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흔히 활용하는 임대 수법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은퇴 후 노후를 준비하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불법 금융 다단계 사기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쉽게 의심하기 어렵도록 법인을 내세운 조직적 범죄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다단계 업체는 피해자들에게 ‘센터장’, ‘지점장’ 등 그럴듯한 직책을 주면서 사람을 많이 모집할수록 후원수당을 지급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상품 판매는 형식적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다단계 특유의 불법 후원수당 체계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는 이같은 다단계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사전에 적법하게 등록된 다단계 업체인지 확인하고 각종 혜택과 미끼를 들이밀며 투자를 권유하는 업체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희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 직무대리는 “단기 임대 사무실을 내세운 불법 다단계 조직은 외형상 정상적인 회사처럼 보이지만 고수익을 미끼로 한 금융사기인 경우가 많으니 유의해야 한다”며 “투자권유나 사업 제안 내용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에 신고 또는 제보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