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의사 출신이자 보건 전문가인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29일 지명되면서 1년 5개월간 끌고 있는 의정갈등 해결에 힘이 실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질병관리본부장과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 이어지는 재임 기간 동안 보여준 헌신과 능력을 여기서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의료계에서도 정 후보자가 의사 출신일 뿐 아니라 의료계로부터 높이 신뢰받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체로 환영하는 모습이다.
정 후보자가 복지부 장관에 정식 임명될 경우 맞닥뜨려야 할 가장 큰 현안은 의정갈등이다. 그간 공직이나 정치권 진출에 선을 그어 왔음에도 정부가 거듭된 요청 끝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직을 맡긴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정 후보자에 대해 “코로나19 당시 정책수용 능력과 소통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보건 전문가”라며 “의료대란 등의 위기를 회피하지 않고 각계와 소통하며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물”이라고 언급한 점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 후보자도 의정갈등과 의료공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소감문에서 “작년부터 의료개혁 과정에서 국민이 큰 고통을 감내했다”며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으로 의정갈등을 신속하게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를 만들겠다”며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해 모든 분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등 국민 목소리가 적극 반영된 의료개혁을 추진해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의 지명으로 의료계와 정부, 국회 등이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논의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는 의사 출신으로서 의료계의 신뢰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소통 능력도 좋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정 후보자의 지명에 대해 “국가적 위기 극복에 헌신해 온 인물이 중책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정 후보자가 “코로나19 당시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도 과학에 근거한 판단과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었고 위기 대응의 모범을 보여줬다”며 “전문성과 합리적 태도, 공공의료에 대한 깊은 이해는 현재의 의료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장 관련 전공을 하신 분이시기 때문에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라며 “저희의 목소리가 잘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정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 파트너가 정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전공의의 공개 대화 요청에 전향적으로 화답해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를 시급히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